[사설] 솜방망이 선거사범 처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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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고법의 여야 국회의원 일곱명에 대한 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 결과는 부정선거 사범에 대한 사법부의 처벌 의지를 의심케 한다.

일곱명 가운데 여야 한명씩 두명에게는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형량을 선고했으나 나머지는 1심 선고 형량을 낮추거나 항소기각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아직 대법원의 상고심이 남아있으므로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상고심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뒤집힐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항소심 선고가 갖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이번 판결이 남은 선거사범에 대한 처리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했으나 결과는 크게 실망스럽다.

특히 1심에서 의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벌금 1백만원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80만원으로 깎여 '살아난' 세명의 판결 이유를 보면 재판부가 이들에게 얼마나 '온정적' 시선을 가졌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기부행위의 동기가 의례적이고 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낙선한 점 참작" "선거 결과에 영향이 적었고 수행원 권유에 따른 범행인 점 참작" "배부한 명함이 많지 않고 기부금 회수한 점 참작" 등이 그 예다.

선거 때면 법원.검찰은 부정선거 사범에 대한 엄중 처벌을 강조해왔고 지난해 4.13 총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과연 이번 재판 결과를 놓고 법원은 엄정하게 처벌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결정적인 순간에 법집행이 흐물흐물해지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거짓말한 셈이 아닌가.

선거사범의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되면 법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이고 법원과 검찰 등 법집행 기관 전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부정선거 사범에게 온정을 베푸는 것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만 하면 된다' 는 선거풍토를 조장한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선거사범이 대부분 법망을 빠져나오는 데 대해 법원과 검찰 모두 반성해야 한다. 이는 결국 검찰 기소 내용이 부실했거나 재판부의 봐주기 판결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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