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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커비전]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축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중국을 가난의 굴레에서 해방시킨 '작은 거인' 덩샤오핑은 경제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스포츠, 특히 축구에 관심이 많았다. 덩샤오핑은 생전에 "내가 죽기 전 중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것을 보는 것이 꿈" 이라고 말하곤 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의 관심은 아르헨티나.브라질.프랑스 등 우승 후보들의 경쟁과 몇몇 영스타들의 묘기 경쟁에 초점이 모이지만 필자는 중국 청소년팀에 관심을 두었다.

중국은 예선 C조에서 와일드 카드로 16강전에 진출해 아시아 축구의 체면을 세웠다. 비록 16강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에 1 - 2로 패했지만 중국 축구는 얻은 것이 많았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에 막혀 월드컵.올림픽.세계청소년대회 등 굵직한 세계대회에 진출하지 못했던 중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축구계에 명함을 내밀고 기지개를 편 것이다.

중국은 아르헨티나전에서 매우 선전했다. 경기 초반 4분 만에 로드리게스에게 골을 내줘 어렵게 출발했다. 하지만 후반 10분 스타라이커 추보가 동점골을 넣어 1 - 1 상황을 만들며 기세를 올렸다.

이미 '시샘 반, 부러움 반' 이 돼버린 일본축구에 가려 중국이 부쩍 부쩍 크고 있다는 점을 한국은 경시하고 있다.

중국은 육상.농구.배구 등에서 세계 무대를 휩쓸었지만 유독 축구만은 '한계' 를 절감했었다. 그러나 경제 개방과 함께 중국 축구도 개혁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프로축구 발전을 위해 다섯가지 개혁안을 마련했다. 올 시즌부터 외국인 골키퍼의 수입을 금지했고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3명에서 4명으로 늘렸다. 또 에이전트 제도도 발빠르게 도입했다. 드래프트를 실시하되 하위 팀부터 지명하는 제도를 결정했고 선수들의 프로 의식을 높이기 위해 ▶선수 수칙▶선수 규율▶수칙과 규율 위반에 대한 벌칙▶국제축구연맹 경기 규칙 등을 익히도록 했다.

광활한 대륙 곳곳에서 대나무 크듯 훌쩍 커가고 있는 꿈나무들의 기세는 대단하다. '축구 학교' 로 불리는 유.소년 축구단체가 엄청난 재원과 정부의 지원 아래 활기차게 운영되고 있다. 중국의 축구 학교는 1백명 이상인 곳만 해도 30여개가 있다. 이중 5백~6백명에 이르는 대형 학교도 10여군데나 된다니 그 잠재력이 엄청나기만 하다.

한국의 축구교실이 방과 후 정해진 장소에서 훈련하는 소규모의 성격인 반면 중국은 초.중.고 과정을 축구 학교에서 거치게 된다. 이도 모자라 최근 중국에는 아약스.인터밀란 등 세계적인 클럽들과 교류하며 지도자를 초빙해 선진축구 접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와일드 카드로 16강에 오른 것 갖고 웬 호들갑인가' 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중국 축구를 무시하면 머지않아 중국에도 당할 수 있음을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중국 축구가 '공한증' 을 떨치는 그날, 한국 축구는 또 다른 좌절감에 몸을 떨어야 할 것이다.

신문선<본지 축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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