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식 개혁 각론 들어가면 저항 부닥칠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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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에서 개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만의 '전매특허' 가 아니다. 지난해 일본에서 넷째로 큰 나가노(長野)현 지사로 당선된 작가 출신 다나카 야스오(田中康夫.45.사진)지사는 개혁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정치 경험이 없던 그는 철저하게 시민의 입장에서 행정을 펴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관료의 저항에 부닥쳐 곡절도 겪었지만 지금은 일본의 대표적인 '개혁 리더' 로 자리잡았다. 집권 자민당과 관료에 대해서는 거침없는 비판과 독설을 퍼부어 늘 화제를 모으고 있다. 누구나 밖에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유리벽으로 만든 집무실에서 '다나카 야스오식 개혁' 에 대해 들어봤다.

- 개혁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나.

"사회민주주의적인 것이다. 비교하자면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의 제3의 길과 비슷하다. 기본원칙은 철저히 시민의 입장에 선다는 것이다. 방법도 경직적이면 안된다. '유연한 혁명' 이어야 한다. 개혁한다고 해서 누구나 베를린 장벽에 올라가 망치로 벽을 때려부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생활을 계속하면서 일상 속에서의 부조리를 녹여 없애는 식으로 해야 한다. "

-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을 어떻게 평가하나.

"개혁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아직 보이지 않는다. 막상 각론으로 들어가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헌법9조의 개정이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한 해석에는 찬성할 수 없다. "

- 자민당이 고이즈미 총리의 인기를 바탕으로 7월의 참의원 선거에도 승리할 것으로 보는가.

"선거 결과보다 선거 이후가 더 중요하다. 선거후에는 자민당 주류세력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고이즈미 때리기' 를 시작할 것이다. 이때 고이즈미 총리는 총리직을 유지한 채 자민당을 뛰쳐나올 것이다. 그리고는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자유당 당수 등 야당과 손잡고 정국 개편과 개혁을 동시에 추진할 것이다. 이것이 일본으로서는 커다란 변화가 될 것으로 본다. "

- 한국의 개혁은 어떻게 보고 있나.

"한국인은 흔히 격정적이라고 하지만 일본인보다 더 논리적이다. 또 애국적이지만 배타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프랑스인과 비슷하다. 그런 기질을 바탕으로 한국은 일본보다 개혁을 더 잘 할 것으로 본다. 지금 한국 정부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은 개혁의 효과가 나오기까지의 공백기에서 나오는 불만과 비판들이 누적된 것이 아니겠는가. "

- 최근 우익의 역사교과서가 문부과학성 검정을 통과되는 등 일본사회의 우경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손을 내저으면서)그렇지 않다. 잘못된 교과서가 나온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도쿄도지사 등 우익 인사들의 주장에 많은 시민들은 의문을 지니고 있다. 이시하라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도쿄의 개혁에 대한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일반 시민들이 그의 국가관이나 역사관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자주 혼동되고 있다. "

-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한 견해는.

"반대다. 치도리가후치(千鳥淵)에 전몰자 묘역이 있는데 왜 야스쿠니 신사로 가느냐. "

나가노=남윤호 특파원

◇ 다나카 지사는=1956년 도쿄 출신으로 초등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나가노현에서 살았다. 80년 히토쓰바시(一橋)대 재학 중 소설 『어쩐지 크리스털』로 문단에 데뷔했다.

그후 작가로 다방면의 시민활동에 참가하다 지난해 10월 무소속으로 나가노현 지사에 당선됐다. 갖가지 개혁정책으로 거물 정치인 못지 않은 지명도를 누리고 있으며 지지율은 74%에 이른다. 현재 독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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