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점자블록 승강장 끝에 아슬아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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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부천시 심곡동 지하철 1호선 부천역. 1급 시각장애인 김모(30)씨가 전동차에서 내렸다. 흰 지팡이로 점자 블록을 더듬던 그는 점자블록을 놓치고 안전선 바깥으로 나가 선로로 떨어졌다. 승강장으로 올라오기 위해 3분 동안 애썼으나 역사로 들어오는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장애인이동권연대 박경석 대표는"안전선 역할을 하는 점자블록이 선로로부터 충분한 간격을 두고 설치됐다면 그가 쉽게 선로로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일 서울 지하철 4호선 동대문운동장역에서 떨어진 최모(29.여)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급 시각장애인인 최씨는 "환승 계단을 찾기 위해 발로 점자블록을 더듬다 선로에 떨어졌다"며 "평소에도 점자블록이 선로와 너무 붙어 있어 무섭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지하철 역사의 승강장 끝부분에서 안전선까지의 거리가 짧아 특히 시각장애인에게 위험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찬오 소장은 "안전선을 더듬어 확인하는 시각장애인들이 폭 30㎝의 점자블록을 놓치면 금세 선로로 떨어질 수 있다"며 "일본의 경우 시내 경전철역과 신칸센역 모두 승강장과 안전선 사이가 1m가량 떨어져 있지만 국내는 보통 50~60㎝"라고 말했다.

'찬샘'이라는 네티즌은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의 사회고발 게시판에 서울 지하철 역사와 고속전철 동대구역, 그리고 일본 오사카(大阪)의 지하철역을 비교하는 사진을 올렸다. 그는 "안전선 역할을 하는 점자블록이 선로와 너무 붙어 있는 것 아니냐"며 "작은 것에서부터 장애인의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지하철공사 측은 "보통 승강장에서 50㎝ 안쪽으로 안전선이 설치되는데, 이는 30~90㎝로 설정된 건축기준에 부합한다"며 "지하철 역사의 경우 승강장이 좁아 더 안쪽에 설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애인이동권연대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2년까지 한해 평균 85명이 지하철역 안에서 안전사고를 당했다. 서울지하철공사에 따르면 지하철 1~4호선 역사에서만 지난해 29명이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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