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 미제가…" 요즘 북한은 반미 강조주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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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이 6.25전쟁 51주년을 맞아 반미(反美) 목소리를 부쩍 높이고 있다.

지난해 6.15 남북 공동선언과 빌 클린턴 미 행정부와의 북.미 관계개선 움직임에 힘입어 미국에 대한 비난이 누그러졌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라는 게 정부 당국의 평가다.

24일 북한 중앙방송에 따르면 북한은 각지 공장.기업소와 협동농장.학교에서 반미 성토모임이나 복수결의 모임 등을 잇따라 열고 있다.

2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6.25미제(美帝)반대투쟁의 날' 평양시 군중대회와 평양시 근로자들의 반미시위 행진에서는 "6.25는 미제가 계획적으로 도발한 침략전쟁" 이란 규탄과 보복투쟁을 다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앞서 20일에는 북한에 나포된 미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전시된 대동강변에서 '미제의 만행을 폭로.단죄하는 직맹(직업총동맹)원들의 성토모임' 을 가졌고, '미제반대 투쟁의 날' 을 기념하는 중앙미술전시회를 인민문화궁전에서 개막했다.

특히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지난 21일 983부대를 방문하는 등 6월 들어 각급 군부대를 잇따라 방문했고, 북한방송은 이를 "미제 침략자들에게 공포감을 주기 위한 것" 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조지 W 부시 행정부와의 불편한 관계를 반영한 것이란 게 대체적 평가다.

매년 6.25를 '미제 반대투쟁의 날' 로 정하고 이 때부터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까지를 '반미투쟁월간(月間)으로 치러온 북한은 지난해의 경우 별다른 행사를 개최하지 않았다. 金위원장이 6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즈음해 국방위원회를 열어 "열흘 있으면 6.25지만 비방이나 무력시위를 하지 말라" 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였다.

최근엔 북한은 6.25에 즈음한 대미 비난과 함께 북.미 대화의 재개 필요성을 내비치고 있다.

평양방송은 24일 "현 부시 행정부에 와서 미제의 반공화국.반통일.반평화책동은 전례없이 악랄하게 감행되고 있다" 고 비난했지만, 민주조선은 23일 북.미 대화 재개와 관련해 경수로(輕水爐)발전소 공사지연에 따른 전력손실 보상문제를 다루자고 나섰다.

통일부 당국자는 "6.25를 미제와 남조선의 합작품이라고 비난하던 북한이 이번에는 미국측에 초점을 맞추면서 대남비난을 상대적으로 자제하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 이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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