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농부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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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호 11면

상신마을 ‘조씨 고가’를 둘러보았습니다. 동네에서는 ‘조부잣집’으로 통하는 조씨 고가는 구한말에 지은 전통 한옥입니다. 고가의 서쪽 담을 따라 흐르는 개울 건너에 할아버지 두 분이 씨감자를 심고 계십니다. 비료와 퇴비는 깔았으나 씨감자를 일렬로 깔아 놓은 모습이나, 일하시는 자세가 밭일을 많이 한 솜씨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 분이 “나는 농대 학장이고, 저이는 농대 교수야” 하고 한껏 웃으십니다. 일하는 듯, 노는 듯, 웃고 떠들며 봄볕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시장에서 감자를 사는 돈을 아낄 수 있는 소일거리일 터입니다. 오래된 마을에서 오래된 친구와 흙을 만지며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삶이겠지요.

PHOTO ESSAY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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