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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자연 에어컨이자 온실가스 저장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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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식목일을 맞이해 전략적 관점에서 나무를 살펴보자. 나무는 자라면서 이산화탄소(CO₂)를 흡수할 뿐만 아니라, 이로부터 나온 목재는 가공에너지가 적게 드는 원자재로서, 그리고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신재생 에너지로서 CO₂ 배출을 감축하는 역할을 한다. 더욱이 녹색이 풍성한 생활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여 준다. 그리고 개도국 중 유일한 치산녹화 성공국가로서 북한 및 개도국의 산림 황폐지 복구를 선도함으로써 국가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다. 나무는 어떻게 저탄소 녹색사회 구현에 기여할까.

첫째, 나무는 광합성 작용을 통해 온실가스의 주범인 CO₂를 흡수한다. 나무는 대기로부터 흡수한 CO₂와 뿌리를 통해 얻은 물을 가지고 햇빛에서 얻은 에너지를 사용해 유기물을 만들어 저장한다. 흡수한 CO₂를 탄소를 함유한 유기물 형태로 줄기·가지·잎·뿌리 등에 저장하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평생 1000여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면 자신이 생활하면서 배출한 온실가스 빚을 갚을 수 있다고 한다.

둘째,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줘 냉방 에너지를 줄이며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또한 줄어들게 된다. 대구는 1995년 이전까지만 해도 ‘찜통도시’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 이후 대대적인 나무 심기를 통해 녹지면적을 늘린 결과 최근에는 그 불명예를 벗어날 수 있었다. 6~8월 하루 최고기온 평균이 94년 33도에서 근년에는 30도 이하로 떨어졌다. 나무가 잎을 통해 물을 증산시키는 과정에서 주위 열을 빼앗음으로써 자연의 에어컨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셋째, 나무에서 나온 목재는 그 가공 과정에서 에너지가 적게 드는 친환경 원자재다. 목재 제품의 원료인 인공건조 제재목은 모두 200도 이하의 온도대에서 만들어진다. 1000도의 단위로 제조되는 철이나 시멘트, 800도 가까운 온도를 필요로 하는 플라스틱 등과 비교해 목재 제품이 에너지 절약적이고 그만큼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넷째, 나무는 배출이 없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 석유나 석탄을 태우면서 배출한 CO₂는 다시 흡수되지 않는다. 나무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경우에도 물론 CO2는 배출된다. 그러나 이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다시 나무를 심게 되면 배출한 양만큼 다시 흡수, 저장하게 된다. 결국은 배출한 만큼 다시 흡수함으로써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나무는 자라면서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흡수·저장하는 녹색의 온실가스 저장고이며 자연의 에어컨이다. 또한 이로부터 얻은 목재는 온실가스 저장고 역할을 하는 저탄소 배출 원자재이며, 연료로 사용할 경우 순배출이 없는 신재생 에너지의 역할을 한다. 새로이 숲을 조성하고, 이로부터 얻은 나무제품을 더 많이 더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바이오 에너지로 이용하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저탄소 녹색사회 실현을 앞당길 수 있다. 식목일을 맞이해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음으로써 지구를 구하고 우리 삶을 푸르게 하는 데 동참하지 않겠는가.

이경학 국립산림과학원 탄소경영연구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