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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MB, 냉철·단호·소통의 리더십 보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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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백령도와 천안함 침몰현장을 방문했다. 백령도는 북한의 원례도 진지와 겨우 7.7㎞ 떨어진 최전방이다. 북한 야포의 사정거리 내다. 경호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직접 한국 안보의 바늘 끝을 찾은 것은 이번 사태가 갖는 심각성이 반영된 것이다. 이날엔 또 UDT 대원 한주호 준위가 천안함 수색작업을 하던 중 실신, 순직하는 비극적인 일마저 벌어졌다. 이는 천안함 침몰 사태가 얼마나 위중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태는 어느 방향으로 진행하든 엄청난 파장을 불러올 것이다. 북한의 무력도발이면 국가는 중대결심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내부폭발이면 군의 안보태세와 위기대처에 커다란 신뢰의 위기가 닥칠 것이다. 외부공격인데도 뚜렷한 증거가 없으면 혼란과 불안은 지속될 것이다. 지금 국가는 미지(未知)의 바다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배와 같다. 이럴 때는 선장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 그를 중심으로 선원과 승객이 똘똘 뭉칠 수 있느냐에 국가의 명운이 걸려있다.

위기상황의 대통령은 냉철한 판단, 단호한 자세 그리고 투명한 대(對)국민 소통을 갖춰야 할 것이다. 1962년 10월 미국의 정찰기들은 미국의 뒷마당 쿠바에 소련이 미사일 기지를 건설 중이며 기지부품을 수송하는 소련 선박이 쿠바에 접근 중임을 알아냈다. 케네디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사진을 공개하고 선언했다. “소련이 완공을 강행한다면 이를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것이며 제3차 세계대전도 불사하겠다.” 양국의 주고받는 협상 끝에 소련은 기지를 철수했고 위기는 끝났다. 76년 8월 18일 판문점에서 북한군이 미루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던 유엔군 장병들을 공격했다. 북한군은 도끼로 미군장교 2명을 살해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또다시 불법적으로 도발하면 즉각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선언해 놓고 미군과 합동으로 미루나무 완전 절단 작전을 감행했다.

이 대통령은 사태 발생 이후 네 차례 안보관련장관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은 실종자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고 군과 공직자들은 비상상황 대처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사태의 원인을 예단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혼선이 빚어졌다. 군은 침몰의 시간과 상황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데에 우왕좌왕했다. 무엇보다도 탐색장비를 갖춘 기뢰제거함의 출동이 늦어 ‘등잔 밑’ 함미를 찾는 데 48시간이나 걸렸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군의 초동 대응이 잘됐다는 성급한 평가를 내렸다. 이러다 보니 국민의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고 정부의 신뢰를 심어주는 데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백령도 방문을 계기로 각별한 위기관리 리더십을 발휘해 주길 기대한다. 결국 그것은 냉철·단호 그리고 국민과의 소통이다. 선장인 대통령이 이를 보여준다면 선원과 승객은 그를 따를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이번 사태는 국민의 단합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