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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들 '빛' 잃은 소년범에 박봉털어 눈수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이제 환한 눈으로 세상을 밝게 보며 자랄테지요. "

시력을 잃을 뻔한 자전거 절도 소년이 자신을 붙잡은 경찰관들의 도움으로 앞을 보게 됐다.

서울 수서경찰서 가락1파출소 직원들과 선천적 '눈꺼풀 틈새 축소증' 을 앓고 있는 李모(11.서울 K초등 5년)군의 사연이다.

李군의 병은 눈사이가 벌어지고 눈꺼풀이 눈을 덮어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희귀한 증세.

李군은 다음달 삼성서울병원에서 수술을 받는다. 수술비는 파출소 직원 19명이 마련했으며 조만간 전달한다.

李군은 1999년 말부터 1년 동안 40여차례 자전거를 훔쳐 지난해 10월 붙잡히면서 이 파출소와 인연을 맺었다.

3년 전 부모가 이혼해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생활보호대상자인 할머니 鄭모(71)씨와 어렵게 살고 있는 그를 파출소에선 유심히 지켜봤다.

"불우한 환경에 신체적 결함까지 겹쳐 비행을 반복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는 것이 이종래(李鍾來.53)경사의 말이다.

이후 파출소 직원들은 틈나는 대로 李군의 집을 찾아가 생활지도를 했고 함께 식사도 했다.

이들의 가족 같은 보살핌에 李군은 도둑질 버릇을 끊었고, 성격도 명랑해지기 시작했다.

李군의 병이 학교 수업에까지 지장을 주게 되자 파출소장 이상집(李相集.47)경위는 지난 15일 그를 병원에 데려가 "수술을 하면 정상시력을 찾게 된다" 는 진단을 받았다.

직원들은 곧바로 박봉을 털어 모금을 시작했다.

李소장은 "李군이 소원대로 훌륭한 축구선수가 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정현목.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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