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미, 기싸움 할 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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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시 행정부 등장 이후 미국은 대북 강경자세를 보이고 있고, 북한도 이에 질세라 맞받아치는 형세여서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이런 기세 싸움이 양자간 회담 재개를 앞둔 고지 선점 전술의 하나로 비치기도 하지만 양자의 성향이 강성인 점을 고려한다면 곧 재개될 북.미 회담이 순탄하지 않을 것임은 불보듯 훤해진다.

북한은 그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형식을 통해 "미국이 2003년 경수로 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우리는 핵 동결 해제로 대응하지 않을 수 없게 돼 있다" 고 경고했다. 북한은 부시 대통령 취임 초기엔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재개하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미국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부시 정부는 대북정책 재검토를 명분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강경자세를 보였고, 최근엔 북한 등을 겨냥한 미사일방어체제를 추진하면서 과도적 상황에서 동해에 이지스함의 배치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 지난 15일 "북한의 불량한 행동에 대해 보상을 해서는 안된다" 는 자극적인 발언까지 했다.

양자가 이런 강경자세만 보이는 것은 물론 아니다. 북한은 얼마 전 '2003년까지 미사일 발사 유예' 라는 유화적 자세를 보였다.

따라서 이번의 강경한 경고는 대화 재개에 앞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회담 전술로 보인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미국도 곧 전임 정부의 대북정책의 큰 틀을 수용하고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식량 10만t을 제공하기로 하는 온건책도 구사하고 있다.

따라서 양자가 같이 상생하겠다는 정신만 갖고 진지한 절충을 한다면 핵.미사일 문제는 물론 관계 개선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할 것도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험난한 과정이야 서로가 감내해야 한다.

북.미 관계의 개선이 남북 관계의 진전과 한반도 평화에 결정적 요인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북.미 양쪽에 기싸움을 지양하고 상대를 진지하게 탐색.대응하라고 권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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