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시민군이 사이버 전도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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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5.18 광주사태의 전사' 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전도사' 로 뛰고 있다. 광주시 북구청 정보처리팀장 채영선(蔡永鮮.44.6급)씨가 주인공. 국내 최대의 5.18 사이트인 '광주민주화운동 가상체험관' (http://cyber518.kwangju.kr)을 찾는 사람은 요즘 하루 2천명이 넘는다. 그러나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蔡씨가 5.18항쟁 당시 시민군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전남대 복학생(국문2) 시절인 1980년 5월 그는 전남도청 사수대 소대장으로 역사의 현장에 있었다.

"처음엔 거리에 쓰러져 있는 주검들을 보고 집으로 도망쳤다가 그런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습니다. "

곧바로 무장항쟁 대열에 합류했으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5월 27일 오전 계엄군의 도청 진입 때 근처 YWCA 건물에 배치돼 격전을 치르며 바로 옆에서 동지들이 쓰러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계엄군에 체포된 뒤 상무대 영창에서 70여일 동안 혹독한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83년 대학을 졸업했으나 공단 경비원 등을 전전하다가 88년 광주시 7급 공채를 통해 공직에 들어섰다.

98년 정보화 바람을 타고 북구에 정보처리팀이 신설되자 그는 호기가 왔다고 판단, 자원했다. 그리고 20년 전의 경험을 되살려 5.18 가상체험관을 기획,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역사관.정보관.체험관.VOD관.참여관 등으로 이뤄진 이 사이트를 찾은 사람은 1년 동안 14만7천여명에 이른다.

영문 서비스도 되는 이 사이트는 5.18 발생 배경과 전개과정 등을 이해하고 '성지' 순례와 묘역참배를 할 수 있게 꾸며져 있다. 18일에는 새로 '사이버 법정' 을 열어 네티즌들과 함께 기존 5.18 재판에 대한 재평가 작업도 벌일 예정이다.

蔡씨는 "문민정부 들어 광주사태가 민주화운동으로 재평가됐지만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며 "가상 체험관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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