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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사내정보 유출 막아라" 비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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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대기업인 S전기 직원 李모(30)씨는 최근 사내 감사팀에 불려갔다. 업무시간에 친구들에게 음란 메일을 보낸 게 e-메일 감사에 적발돼서다.

"회사가 메일을 감시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 '근무태만' 을 이유로 시말서를 쓴 뒤 李씨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기업들이 사내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벌이는 '집안단속' 의 한 예다. 회사 기밀 유출 사건이 급증하면서 앞다퉈 생긴 현상이다.

특히 업체간 스카우트나 이동이 빈번한 벤처기업의 경우 근무하던 회사의 첨단기술.기밀을 빼내 경쟁업체로 옮겨가는 일이 잇따르면서 더욱 심해졌다. 임직원들로부터 '영업비밀보호 서약서' 를 받아 장차 발생할지 모를 법정소송에 대비하는 일도 빈번해졌다.

◇ 전자우편.통신 감시〓인터넷솔루션 업체인 V사는 최근 시스템관리자로 하여금 임직원들의 e-메일 송.수신 내역을 기록하게 했다. 메일의 파일 첨부기능도 삭제했다. 첨부파일을 통해 회사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초고속통신망 업체인 G사도 e-메일 점검은 물론 팩스를 보낼 때도 부서장의 허락을 받도록 했다. 데이터를 CD에 담는 CD 라이터는 고위 책임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 CD를 이용한 정보유출을 막고 있다.

인터넷전화 생산업체인 E사는 기밀사항은 사내 전산망에 올리지 않고 아예 문서로 관리한다. DVR(디지털비디오레코더)전문업체인 S사는 모든 파일.디렉토리를 암호화해 담당자에게만 접근권을 줬다.

◇ 외부 도.감청 여부 수색〓모 재벌그룹은 지난달말 계열사 고위 임원들의 사무실에 도.감청 장치가 있는지를 일제 수색했다. 그룹 관계자는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단속 차원의 점검이었다" 고 설명했다.

인터넷 전화업체인 S사도 최근 용역업체 직원을 불러 모든 사무실에 대해 몰래카메라나 도청기의 설치 여부를 조사했다. 이 회사는 이런 불시검사를 수시로 하기로 했고, 직원들이 디스켓.CD롬.노트북 등을 외부로 가져나갈 땐 반드시 반출허가를 받도록 했다.

◇ 보안서약〓유명 벤처캐피털사인 B사는 최근 임직원들로부터 '기밀을 유출시키지 않고 퇴직 후 6개월 내 동종 업계로 가지 않는다' 는 서약서를 받았다.

지난달 한 직원이 퇴직하면서 상담회사 자료 등 기밀을 들고 나가다 적발된 뒤 채택한 아이디어다.

정현목.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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