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위폐단속 현실] 은행 구식 감식기론 못잡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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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위폐 범죄 조직은 신권이 나와도 곧 정교한 기술을 개발해 복제품을 만들어 낸다. 위조 기술은 저급과 중급.슈퍼노트 등 세가지다.

중급만 돼도 스캐너나 옵셋 인쇄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은행에서 외국 돈을 오래 취급해 본 직원들이 유심히 관찰해야 알 수 있을 정도다.

슈퍼노트는 요판 인쇄기라는 특수 인쇄기로 만드는 것으로 일반 지폐와 거의 똑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요판 인쇄기는 기계값이 7백억원쯤 돼 외국의 위폐 전문 제조단 정도가 돼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지난해 위폐 감식기를 만들어 인터폴에서 기술을 인증받은 천세익(千世翼.39)사장은 "최근 외화 위폐 대부분은 요판 인쇄기로 제작된 초정밀 슈퍼노트" 라며 "미세하게 인쇄된 비표(microprinting)나 숨은 그림(watermark)까지 복제해 내는 수준"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외화 위폐 감식기는 88서울올림픽 전후에 도입된 구형이라 슈퍼노트를 잡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 지적했다.

위폐 감식 전문가인 외환은행 서태석(徐太錫)과장은 "외환 자유화 이후 신고만 하면 설립이 가능한 환전소의 경우 범죄 조직이 이용할 가능성이 커 대책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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