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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산책] '비에 젖은' 파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프랑스가 온통 물에 빠졌다.

지난해 10월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7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이 기간 중 비가 오지 않은 날은 그야말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이같은 비는 1873년 기상청이 생긴 이후 기록된 각종 강우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의 북부 절반 지역에서는 30일 중 26일 동안 비가 내렸다.

특히 북동부 솜 지방은 3월에 이어 4월에도 강우량이 평년의 세배가 넘었으며 파리의 경우 지난 12개월 중 9개월 동안의 강우량이 평년치를 웃돌았다.

이에 따른 강물의 범람이나 침수 등 피해도 엄청나다. 프랑스 동부 솜 지방의 아미앵이나 아브빌 등 주요 도시의 일부 지역이 현재 수주째 물에 잠겨 있는 상태며 파드칼레.부르타뉴.노르망디.발레 뒤론 지방 등 많은 지역에서 주택과 농경지가 물에 잠기는 등 엄청난 재산 피해를 보았다.

파리 역시 올들어 두차례나 센강이 넘쳐 강변도로가 폐쇄되고 유람선 운항이 중단됐다. 특히 솜 지방이 이번처럼 심한 침수 피해를 본 것은 1658년 이후 2백4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다보니 정부당국이 수도인 파리를 보호하기 위해 댐의 수량조절을 통해 물길을 돌려 솜 지방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흉흉한 소문이 근거없이 나돌아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기상 전문가들도 1999년 말 프랑스 전역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던 폭풍의 경우처럼 이번 연속 강우 사태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 탓으로만 돌릴 뿐 강우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상청이 이달 중순께부터 점차 갠 날이 많아지고 예년 날씨를 회복할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 일기예보를 신뢰하지 않는 프랑스 국민도 이번만큼은 기상당국의 예상이 맞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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