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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항 주변인물들 수사 혼란만 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수사 협조는커녕 오히려 엉터리 제보로 훼방을 놓았다. "

박노항 원사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그의 행적을 쫓아온 수사 관계자의 말이다.

3년간 수사팀이 접촉한 朴원사 주변인물은 줄잡아 1백70명. 가족.친척.내연녀들은 물론 그에게 병역면제 도움을 받은 사람들까지 총망라됐다.

병역면제 관련자들에겐 "아들을 다시 입영시키겠다" 고 압박하기도 했지만 한 건의 단서도 안 나왔다고 한다.

거기엔 30년 가까운 헌병 근무 관록의 朴원사가 수사팀의 접촉이 예상되는 주변 사람들에게 미리 역공작을 편 것도 주효했다. 그들에게 자기 행적과 관련한 거짓 정보를 흘려 추적에 혼란을 주는 소위 '매터도' 수법을 썼다는 것.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해 봄 경기도 안산 일대 주택가 수색 작전이다.

수사팀이 朴원사의 친구 등으로부터 "그가 안산의 큰집에 있으며 그 집에선 창을 통해 산이 훤히 보인다" 는 얘기를 듣고 벌인 대규모 작업이었다. 그 얘기는 朴원사가 친구 모씨에게 "지금 구파발에서 안산쪽으로 가고 있다" 면서 들려주었다는 내용.

수사팀은 안산 일대 고급 아파트와 주택가를 샅샅이 뒤졌으나 아무 흔적도 못 찾았다. 양평.남양주 등의 전원주택가로까지 수색을 확대했으나 역시 허탕이었다.

외국 도피설도 혼란만 준 사례다. 朴원사의 내연녀 P씨로부터 "잠적 5개월쯤 뒤 호텔에서 만난 朴원사가 '외국에 간다' 고 했다" 는 말을 듣고 출국 및 해외체류 여부를 캐느라 수사력을 허비했다. 朴원사와 카바레에서 만났다는 여인 O씨도 비슷한 케이스.

朴원사의 도피를 도왔던 누나 등 가족들은 물론 입을 열지 않았다. "연락도 없고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며 걱정하는 연기로 일관했다고 한다. 누나 朴씨는 "노항이가 여자들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 며 마치 남의 얘기하듯 했다고 한 수사관은 전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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