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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열세 살 최경주’ 서형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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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골프 신동 서형석군이 힘차게 드라이브 샷을 하고 있다.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가 260야드를 넘는 서군은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배경은 태국의 한 골프장 사진을 합성한 것이다. [김상선 기자]

5m 거리에서 10차례 퍼팅을 하면 일곱 번은 성공시키는 13세 소년이 있습니다. 지난해 11개 골프 대회에 참가해 9개 대회 연속 우승을 거두기도 했다지요. 아마추어 골프계에선 벌써부터 ‘골프 신동’이 나타났다고 떠들썩합니다. 이번 주 golf&이 ‘제2의 최경주’를 꿈꾸는 그를 만나봤습니다.

천안=최창호 기자

일곱 살에 홀인원, 작년 초등부대회서 9연속 우승한 ‘신동’에게 골프를 묻다

아깝게 놓친 전관왕

13세 ‘골프 신동’을 만나러 가는 길, 봄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제2의 최경주’를 꿈꾸는 꼬마가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남 천안으로 차를 몰았다.

서형석(13·천안 천남중1). 그의 이름 앞에는 언제부터인가 ‘골프 신동’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서형석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고, 지난해 남자 초등부 대회에서 9연승을 거둔 유망주다. 지난 12일 천안 우정힐스 골프장 내의 데이비드 레드베터 골프아카데미에서 그를 만났다. 키 1m59㎝에 몸무게 65㎏. 까무잡잡한 얼굴, 다부진 체구가 흡사 최경주의 축소판 같았다. 얼굴은 앳돼 보였지만 눈매가 날카롭다.

“네가 초등부에서 9연승을 했다는 그 주인공이구나.” “네.”

서형석군은 제2의 최경주(사진)를 꿈꾼다.

서형석은 지난해 국내 주니어 골프대회를 휩쓸었다. 9개 대회 연속 우승을 거두면서 초등부 무대를 ‘평정’해 버렸다.

그는 서울 서이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해 3월 열린 회장배 오마샤리프 청소년 골프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7월에 있었던 녹색드림배 초등학생 골프대회 우승까지 9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말 그대로 파죽지세였다. 지난해 열린 남자 초등부 11개 대회 가운데 9개 대회 정상에 오른 것이다. 나머지 두 개 대회를 놓쳐 ‘전관왕’ 타이틀을 놓쳤지만 골프 관계자들 사이에선 “최경주의 대를 이을 만한 신동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퍼졌다.

퍼팅의 달인

비록 어린아이들이 경쟁하는 초등부 골프대회라고는 하지만 9연승 기록이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다. 어쨌든 많은 선수들이 출전하는 정규대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실력은 물론 그날의 컨디션과 날씨, 코스와의 궁합, 동반자와의 기싸움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대회에 출전했어요. 골프를 시작한 지 8년째인데 그중 6년 동안 대회에서 경쟁을 펼친 셈이죠. 골프대회에 나가면 항상 긴장되고 손에 땀이 나요. 티샷을 할 때면 가슴이 쿵쾅쿵쾅 뛰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 긴장감을 즐겨요.”

그가 9연승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또래 친구들보다 퍼팅을 잘하는 것 같아요. 4~5m 거리에서 원 퍼트로 버디를 잡을 자신이 있어요. 10개 중 7개는 성공시키죠. 하루에 3시간 이상 퍼팅 연습을 하거든요. 연습 그린에서 홀을 중심으로 3, 5, 7m 거리에서 집중적으로 훈련을 해요.” 그는 “특히 퍼팅 라인을 잘 읽는 편”이라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도 퍼팅을 이렇게 잘하다니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

“볼과 홀을 잇는 라인을 살피면서 볼이 어떻게 굴러갈 것인가를 상상하는 거지요.”

“퍼팅을 할 때도 상상력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었다. 13세 소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홀 주위에 주전자로 물을 부었을 때 물이 흘러가는 방향을 상상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지난해 호주에서 동계훈련을 할 때는 투어 프로와 퍼팅 내기를 해 이긴 적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열한 살 나이에 홀인원 세 차례  

“형석이 이 아이? 한마디로 애늙은이야. 골프 칠 때 보면 얼굴에 표정 변화가 없어요. 포커 페이스야. 게다가 연습 벌레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노력형이야.”

우정힐스 골프장의 이정윤 지배인이 옆에서 말을 거들었다. 수년째 서군을 지켜봤다는 이 지배인은 “골프아카데미 연습생 중에 제일 일찍 연습을 시작해서 제일 늦게 마치는 선수가 형석이다. 무더운 여름철에도 쉬는 법이 없다. 비가 오면 비옷으로 갈아입고 연습을 한다”고 귀띔했다.

형석이가 골프클럽을 처음 잡은 건 다섯 살 때다. 아버지 서준종(48), 어머니 박영미(44)씨의 1남1녀 가운데 둘째인 그는 2002년 어머니 박씨를 따라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골프에 입문했다.

박씨는 “형석이는 3번 아이언을 잡고 스윙을 시작했다. 재미로 쳐보라고 했는데 그날 무려 10박스 가까운 볼을 쳤다”고 말했다.

형석이는 6세이던 이듬해부터 정식으로 레슨을 받으며 골프 스윙을 익혔다. 그리고 2003년 5월, 골프를 시작한 지 1년5개월 만에 경기도 광릉 골프장에서 처음으로 라운드를 했다. 레이디 티잉 그라운드를 사용했는데 처음 골프장에 나간 날 120타를 기록했다. 파4의 3번홀에서는 생애 첫 버디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의 기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3개 대회에서 전관왕(3승)을 했고, 4학년 때는 4승, 5학년 때는 2승, 그리고 6학년 때 9승을 차지했다. 초등부에서 이미 총 18승을 거둔 것이다.

홀인원도 벌써 3차례나 했다. 7세 때 태국 전지훈련을 떠났다가 120야드 거리의 파3 홀에서 6번 아이언으로 첫 홀인원의 기쁨을 누렸다. 이어 10세 때 여주 골프장 서코스 4번 홀(파3·160야드)에서 7번 우드로 두 번째 홀인원을, 그리고 11세 때 말레이시아 전지훈련을 가서 3번 우드를 잡고 190야드 떨어진 홀에 공을 집어 넣었다. 세 번째 홀인원이었다.

지난해 9승 가운데 세 차례는 역대 최소타 기록을 갈아치우며 정상에 올랐다. 18홀 베스트 스코어는 지난해 5월 열렸던 한국초등학교골프연맹회장배(소피아그린 골프장)에서 기록한 6언더파 66타다.

13세 서형석군의 드라이브 샷 거리는 260야드나 된다. 아버지 서준종씨는 “지난해에는 240야드 정도 날렸는데 겨울 동계훈련을 다녀온 뒤 거리가 늘었다. 그렇다고 특별히 거리를 늘리기 위한 훈련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씨는 또 “어렸을 때부터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은 선수들은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300~320야드까지 볼을 날릴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목표는 마스터스 우승

골프신동 서형석군의 아버지 서전종씨가 아들의 스윙을 지켜보고 있다. [김상선 기자]

“올해 목표는요. 중등부에서 남자 랭킹 1위가 되는 거예요. 그리고 2014년이면 고등학교 2학년이 되거든요. 그때 인천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어요. 올림픽도 생각하고 있지만 골퍼로서 더 명예로운 것은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직 갈 길이 참 멀죠.”

그는 2년 전 한국 오픈에서 만났던 앤서니 김(25)형의 조언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앤서니 형이 그랬어요. ‘목표를 정하고 열심히 해라. 그럼 그 꿈은 꼭 이루어진다’고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지난해 만났던 유럽의 골프 신동 로리 매킬로이(21·북아일랜드)다. 스윙이 좋아서란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존경의 대상이긴 하지만 최근 싫어졌다고 했다.

아버지 서씨는 “형석이가 어린 나이에도 승부 근성이 대단하다. 큰 선수로 키우기 위해 모든 뒷바라지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형석이는 중학교는 서울이 아닌 천안 지역 학교를 택했다. 학교에서 골프아카데미로 이동하는 거리를 줄여 시간 낭비를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다.

열세 살 골프 신동은 이제 출발점에 서 있다. 마라톤보다 더 긴 여정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두려움을 모른다. 제2의 최경주가 탄생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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