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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정몽구 회장 맏사위 코렌텍 선두훈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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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18일 서울 반포동 사무실에 들어서자 엉덩이와 허벅지를 이어주는 고관절 모형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인공관절 개발업체 코렌텍의 선두훈(53·사진) 대표는 “우리 회사가 만든 1호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첫 자식을 쳐다보듯 따스한 눈길이었다.

선 대표는 최근 가톨릭의과대학 정형외과 연구팀과 공동으로 미국 고관절학회에서 주는 최고논문상(Otto Aufranc Award)을 수상했다. 인공관절용 재료로 많이 쓰인 티타늄을 값싼 스테인리스로 대체하면서도 뼈 속의 결합력을 높인 표면처리 기술이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았다.

“종전의 대표적 인공관절 소재인 티타늄은 좀 비싸다는 것이 흠이었지요. 표면처리된 스테인리스를 사용할 경우 티타늄보다 재료비가 10분의 1로 확 줄어듭니다.”

세계 인공관절 시장은 고관절과 무릎관절을 합쳐 15조원대로, 국내 시장만 2000억원이 넘는다. 특히 선진국을 중심으로 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진입하면서 관련 시장이 연평균 20% 가까이 크고 있다. 미국 존슨&존슨과 지머가 세계 인공관절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선 대표가 2000년 세운 코렌텍은 2005년 첫 티타늄 제품을 만든 데 이어 이번에는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스테인리스 고관절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이제 시작입니다. 임상시험을 위한 인허가 과정에 2∼3년 걸릴 겁니다. 국내에는 경쟁업체가 없지만 해외 큰 업체들이 저희 제품을 예의주시합니다. 무릎관절용 제품도 완성돼 곧 임상에 들어갑니다.”

가톨릭의대 출신 정형외과 의사인 그는 대전 선병원 등을 운영하는 영훈의료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재정난을 겪은 선병원이 이제 정상화된 만큼 인공관절 제품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선 대표는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의 맏사위로, 정성이(48) 이노션 고문이 부인이다. 그는 “장인 어른은 큰 체격에도 불구하고 소싯적 운동을 많이 해 관절이 튼튼한 편이다. 내 사업에 적극 관심을 표명하진 않지만 투자자를 소개해 주는 등 애정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코렌텍 선두훈 대표가 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표면처리다. 인공 고관절 수술 과정에서 부작용을 줄이려면 허벅지와 엉덩이 뼈에 들어간 소재가 기존 뼈 조직의 성장을 촉진하면서 어우러져야 한다. 그동안 스테인리스 소재의 문제는 뼈조직과 그다지 친화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두훈 코렌텍 대표가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인공고관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선두훈 대표는 값비싼 티타늄 대신 스테인리스 겉 표면에 티타늄 산화층을 입히면서 뼈조직과 접촉할 수 있는 면적을 극대화해 뼈를 빠르게 성장시켰다.

-가격이 얼마나 싸지나.

“제품값과 수술비까지 다 포함하면 20% 정도의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관절 수술비용은 입원비 등을 포함해 700만원 정도 들어가는데, 우리 제품이 나오면 꽤 줄어들 것이다.”

-앞으로 인공관절 시장 전망은.

“낙관적이다. 고령인구가 많아지면서 저렴한 인공관절을 원하는 환자가 많아졌다. 관절에 손상을 입으면 운동량 부족으로 비만과 고혈압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스테인리스 소재의 인공관절 개발은 코렌텍이 처음인가.

“뼈 속에 스테인리스 인공관절을 심고 생체용 시멘트를 붓는 수술법이 있다. 그러나 부작용이 있어 요즘은 시멘트를 쓰지 않는 수술법이 60% 이상이다.”

-매출 규모는.

“5년 전 내놓은 고관절 티타늄 제품으로 지난해 5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무릎관절 등 다양한 제품 구색을 갖춰 1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대한다. 지난달 처음 영업이익이 나기 시작했다.”

-장인이 사업에 도움을 줬나.

“1년에 한두 번 명절 때 뵌다. 가족모임에서도 아무 말씀 없이 그저 듣기만 한다. 술을 전혀 못해 약주를 즐기는 장인과 자주 자리를 못한 것이 아쉽다. 장인은 직접적인 도움 대신 투자자를 소개해 줬다. 산업은행이 코렌텍 지분의 18%를 갖고 있다. 또 코렌텍이 전환사채를 발행할 때 현대차 계열인 위아가 투자자로 참여했다.”

-선 대표에게 장인은 어떤 분으로 비치는가.

“내가 가톨릭대학 교수를 지낼 때 가끔 건강을 체크하러 오셨는데 2000년에 대전으로 내려간 뒤로는 그렇게 못해드려 송구스럽다. 회사를 한번 방문하고 싶어 했는데 워낙 스케줄이 바빠 그러지 못하고 있다.”

-부인이 일하는 현대차 계열 광고기획사 이노션이 삼성전자 광고를 수주해 화제가 됐다.

“집에만 있던 아내가 요즘 바쁘게 움직이는 것 같더라. 근데 이노션이 삼성전자 광고를 수주했다는 건 바꿔 말하면 삼성의 제일기획이 현대차 광고를 맡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광고대행사들이 앞으로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이야기다.”

심재우 기자

◆인공고관절 수술=엉덩이와 허벅지를 이어주는 고관절은 앉거나 걸을 때 보행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퇴행성 관절염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증, 화농성 감염 등으로 고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 전신마취 상태에서 허벅지 위쪽과 엉덩이 바깥 쪽에서 피부를 절개한 뒤 손상된 허벅지 뼈와 엉덩이 뼈를 제거하고 인공관절을 삽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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