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도 '상시개혁' 체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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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추진 중인 공기업의 2단계 정비계획은 기업.금융 구조조정과 마찬가지로 공공부문에도 상시(常時) 개혁체제를 도입해 공기업 스스로 끊임없이 경쟁력을 높이도록 한다는 취지다.

한국전력.가스공사.한국중공업 등 굵직한 공기업의 민영화 계획이 확정.실행(63개 중 45개사 민영화 또는 통폐합 계획 진행 중)되고 있지만, 공기업의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낙하산 인사 시비를 비롯해 자회사와의 부당 내부거래, 조달.구매.하도급 과정에서 비리가 불거졌다.

민영화 대상에서 빠진 일부 공기업은 더이상 구조조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안전 보장' 으로 인식했고, 민영화 대상인 일부 공기업도 우리사주 제도를 통한 단계적 지분매각,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거나 아직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주인있는 민영화' 를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퇴직금 누진제 폐지나 지나친 복지제도 축소, 감사원 지적사항에 대한 이행 등과 관련해 경영진의 소극적인 자세가 가장 큰 문제" 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 초 감사원이 지적한 6백62건의 시정조치 대상 가운데 이미 관행화한 ▶노조 전임자 과다 운영▶지나친 주택자금.자녀 학자금 지원 등 1백92건(29%)은 아직까지 시정되지 않았다.

지난달 김대중 대통령이 '끊임없는 공공부문 개혁' 을 주문했으며, 이에 따라 기획예산처가 상시개혁 차원의 2단계 정비계획을 추진하는 것이다. 2단계 공기업 정비계획은 ▶경영의 투명성 확보▶업무의 과감한 민간 위탁▶조직 축소 및 인원 감축▶수익 중시 경영 등을 중심으로 짜여진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현재 권장사항인 외부 회계감사 제도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증시에 상장.등록되지 않은 공기업도 올해분 경영실적부터 외부 공인회계사의 감사를 받아 회계처리를 투명하게 하고 그 내용은 내년 초 회계감사 보고서를 통해 공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판공비와 활동비 등 여러 명목의 불필요한 지출이 줄어들고, 그동안 정치권에서 종종 논란이 돼온 공기업의 비자금 조성 시비를 차단하는 효과가 예상된다. 정부는 올 초 6개월 단위의 반기 공시제도와 연결재무제표 도입을 의무화했다.

인력을 추가로 줄이기 위해 공기업 본연의 업무가 아닌 웬만한 사업은 외부에 위탁하거나 대행시키고, 경영과 직접 관련이 없는 시설.자산 매각계획은 앞으로 지켜볼 대목이다.

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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