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직 전문기자 칼럼] 고민해야 할 버스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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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시가 지하철 노선을 늘렸어도 승객수는 줄었다-' .

최근 교통전문가 30여명이 모여 서울의 대중교통을 평가하는 자리에서 한 전문가가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1999년 서울지하철 승객수가 3백55만명으로, 96년의 3백70만명에 비해 4.12% 감소했다. " 참석한 전문가들 대부분은 "기간 중 5~8호선 등 2기 지하철 여러 구간이 개통됐는데 그럴 리가…" 하며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통계는 정확했다. 서울시 지하철 승객수는 96년 이후 99년까지 매년 5만~10만명씩 줄었다. 2000년에는 4백4만명으로 99년 대비 13.6% 증가했지만 수송 분담률은 여전히 30% 남짓하다.

서울시가 2기 지하철 건설계획을 발표할 때는 '수송 분담률〓75%' 로 도쿄.파리에 버금가는 지하철망을 갗춘다는 장밋빛 발표를 했고, 막상 건설할 때는 분담률을 50%로 하향조정했지만 그래도 '지하철=중추 교통수단' 임을 강조했다.

반면 승용차는 분담률이 96년 31.7%에서 99년 33.1%로 높아졌다.

서울시는 지하철에 엄청난 투자를 해 버스승객을 지하철로 끌어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승용차 이용은 전혀 줄이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시민이 주변도시로 옮겨서" "실직자가 늘어서" "노선이 공간구조를 반영하지 못해서" "지하철이 느려서" "지하철 공사가 끝나 깨끗해진 거리의 용량(容量)이 늘어서" "LPG.디젤 승용차 등 비싸진 휘발유를 대체할 방법이 있어서" 등 다양한 이유가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계획이 허술했다" 는 점도 강조한다.

이제 처방은 두갈래 중 하나다.

"잘했든 잘못했든 이미 투자한 지하철 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버스 기능을 축소해야 한다" "재정지원 없이도 '시민의 발' 역할을 제대로 하는 버스의 우수성을 인정해 오히려 기능을 확대해야 승용차 이용을 줄인다" . 이 가운데 하나를 당국이 고민해 골라야 한다.

버스 기능을 강제로 축소해 지하철의 연계교통수단으로 쓸 것인가. 아니면 버스 서비스를 더욱 고급화해 지하철이 못하는 승용차 대체수단 역할을 맡길 것인가. 어떤 경우든 버스에도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음성직 교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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