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사회주의혁명 40돌] 반미 '전초기지' 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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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의 골칫거리 쿠바가 16일로 사회주의 국가 선언 및 공산당 창당 4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기념행사를 열고 반미항쟁을 외쳤다. 그런 가운데 미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사이가 틀어진 중국과 러시아는 쿠바를 향해 눈웃음을 치며 접근하고 있다.

◇ 혁명 기념행사=기념식은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1961년 쿠바가 사회주의 국가가 됐다고 선언했던 수도 아바나의 그때 그 자리에서 열렸다. 정치인과 고위관료, 엘리안 곤살레스 소년의 아버지 등 수만명이 참석한 기념식에서 카스트로는 부시 행정부에 대한 반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카스트로는 "(미국 등 외세의 침략이 있을 경우)마지막 한 사람까지 혁명의 이상을 사수하자" 며 "미국이 도발하면 쿠바는 제2의 베트남이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클린턴 행정부 때는 쿠바와 미국의 관계가 비교적 무난했으나 부시가 집권한 뒤 미국은 유엔인권위에 쿠바의 인권비난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양국 관계에도 현재 긴장이 조성된 상태다.

◇ 중국.러시아의 구애=중남미 순방길에 오른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2~15일 쿠바를 방문해 정치적.경제적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江주석은 미국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40여년간 미국의 코(플로리다 해안에서 1백50㎞ 거리) 앞에서 반미 항쟁의 기치를 드높여 온 카스트로 의장의 지도력을 평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중순 5일간 쿠바에 머무르며 쿠바 내 건설사업 참여문제를 논의하는 등 소련 붕괴 이후 거의 단절됐던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모색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쿠바가 미국의 패권주의 확산을 막는 전초기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쿠바 역시 두 강대국의 경제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 피그만 침공사건=한편 이날 카스트로는 쿠바인들에게 쿠바식 사회주의의 완성을 위해 '피그만 사건' 을 잊지 말자고 촉구했다.

미국은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선언 하루 뒤인 61년 4월 17일 쿠바 망명자 1천5백명으로 구성된 '2506여단' 을 동원해 피그만 침공을 기도했으나 미 공군의 막판 지원 부족으로 실패, 1백여명이 숨지고 1천여명은 체포됐으며 카스트로와 미국간의 대립은 이때부터 본격화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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