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명인] 윤도장 김종대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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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도수 높은 돋보기를 쓰고 대추나무 판 위에 자그마한 글씨를 새기는 윤도장(輪圖匠.중요 무형문화재 제 110호) 김종대(金鍾垈.68.전북 고창군 성내면 산림리.063-562-3167)씨.

그의 조각칼이 움직일 때마다 지름 30㎝의 원판에서는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이치가 춤추며 돈다.

"윤도는 단순한 나침반이 아니다. 손재주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한자는 물론 동양철학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하므로 글자를 새기는 단순 기술자로 생각하면 안된다" 고 힘주어 말한다.

윤도는 자력(磁力)을 넣으면 일정한 방향을 가리키는 바늘의 특성을 이용해 지관(地官.집터나 묏자리 등을 잡아주는 사람)이 풍수를 알아보거나 여행객에게 방향을 알려 줄 때 쓰는 일종의 풍수지남반(風水指南盤)이다.

몸에 휴대하고 다니기 때문에 패철(佩鐵), 자침이 남쪽을 가리킨다 해서 지남철(地南鐵)이라고도 불렀다. 그래서 지관은 물론 15세기 이후 천문학자들도 휴대용 해시계로 정확한 남북자오선(子午線)을 정할 때 윤도를 사용했다.

윤도는 바늘 주위에 태극(太極)을 두르고 그 다음 8효(爻).황천(黃泉).쌍산 오행(雙山 五行).정침(正針) 24산(山).12간지(干支)를 배열하며 28수(宿)로 마무리짓는다. 풍수지리학과 연결돼 풍수가나 지관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도구로, 고려시대에는 천문.역수(歷數).측후(測候).각루(刻漏)의 일을 맡아 보던 서운관(書雲觀)에서 제작했다.

윤도에는 선비가 부채끝에 나침반을 달고 다니던 선추(扇錘), 뒷면에 거울을 붙인 명경추(明鏡錘), 둥근 모양의 패철(佩鐵), 김종대씨가 고안한 거북이 패철 등 네종류가 있다. 판에 새기는 글자의 내용에 따라 단층에서 24층까지 나뉘는데 선추나 명경추는 방향만 알아보는 단순한 형태다. 그러나 예부터 지관이 사용하던 윤도는 24층으로 글자수가 3천자를 넘는다.

김씨는 "윤도, 즉 24층 패철을 만들려면 1개월이 소요된다. 원판에 작은 글자를 새기는 작업이 가장 힘들다. 자칫 한눈을 팔면 다른 글자를 새겨 버리게 되므로 정신집중이 가장 중요하다" 고 어려움을 설명한다.

나침반의 생명은 자침의 굵기에 달려 있다. 지관이 사용하는 윤도는 바늘이 굵으면 오차가 심해진다. 1㎜ 이하의 가는 침을 만들기 위해 망치로 펴고 줄로 다듬으며 원판에 수평을 맞춘다. 그래서 대량 생산하는 24층 윤도는 6만~7만원에 거래되지만 김씨의 윤도는 4백만원을 호가한다.

윤도는 전라북도 고창군 성내면 산림리 마을에서 3백여년 넘게 이어져온 기술이다. 全.韓.徐씨 집안을 거쳐 김씨의 조부인 김권삼과 큰아버지인 김정의에게 전해졌고 그 뒤를 이은 김씨가 1996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다.

고창=김세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 여행쪽지

고창군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선운사와 모양성이 손꼽힌다. 미당 서정주의 시로 더욱 유명한 선운사는 읍내에서 30분 거리에 있다. 지금 선운사는 붉은 빛이 뚝뚝 떨어지는 동백의 계절이다.

'호남의 금강' 이라 불리우는 선운산자락에 안겨 있으며 백제 위덕왕 떼 검단선사가 창건했다. 지금은 도솔암.참당암.동운암.석상암 등이 남아 있다. 입장료 2천3백원. 문의 선운산도립공원(063-563-3450).

모양성에 들어서면 판소리 가락이 은은하게 들려온다. 성내에는 너른 잔디와 좌우측 언덕에 하늘을 뒤덮을 정도의 빽빽한 노송사이로 조선시대 관아 건물이 어우러져 시간여행을 떠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성곽에 오르면 조용한 고창읍내의 전경이 발밑으로 펼쳐진다. 고창읍 장대봉 산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높이 4~6m, 둘레 1천6백84m의 규모다.

돌을 머리에 이고 성곽을 한번 돌면 병이 낫고, 두번 돌면 무병장수하며, 세번 돌면 극락승천한다는 속설이 남아 있어 아직도 이곳 여인네들은 윤달만 되면 흰옷을 입고 성곽을 도는 답성놀이를 한다. 입장료 7백70원. 문의 관리사무소(063-560-2313).

호남고속도로 백양사인터체인지로 넘어가는 고갯길에는 석정온천(063-564-4441)이 있어 피로를 풀 수 있다. 입욕료는 3천(일반탕)~6천원(사우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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