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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F-X사업] 상. 국산화 계획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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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제49회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늦어도 2015년까지 우리 기술로 만든 첨단 전투기를 갖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전투기(F-X)사업을 통해 축적한 기술과 생산 노하우를 전제로 한 청사진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완제품 전투기 구매 쪽으로 기울고 있는 듯한 국방부와 공군의 태도, 그리고 빠듯한 기종 선정 일정대로라면 2010년대 국산 전투기를 독자 생산하기는 사실상 어려워진다고 지적한다.

◇ 의욕적인 시작=국방부는 1992년 F-16 전투기 도입 사업(KFP) 때처럼 F-X사업에 기술도입 생산(면허생산) 방식을 추진해 왔다.

'F-X사업에서 쌓은 기술로 2010년 첨단 전투기 독자 개발' 이 1999년 국방부가 발표한 '항공우주산업 기본계획' 의 골자다. 산자부 쪽 관계자도 "기술도입 생산을 통해 국내 항공산업을 발전시키고 자체 전투기 제작기술도 확보한다는 것을 목표로 담았다" 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한 우리의 국산화 계획은 F-X사업이 본격 착수되면서부터 헝클어졌다. 그 이유로 관계자들은 "외환위기로 사업 규모가 경제성이 모자라는 수준으로 축소됐고 입찰사들의 비협조, 기술도입에 소극적인 우리 정부의 협상 태도가 겹친쳤기 때문" 이라고 지적한다.

◇ 기술도입 생산 검토 시점부터 지각〓취재팀이 입수한 'F-X사업 세부협상 지침' 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해 9월에야 국내의 항공기 메이커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측에 기술도입 생산 검토 지침을 내려보냈다.

KAI는 국방부를 대신해 F-X 입찰업체들과 기술도입 협상 책임을 맡은 항공회사로, 삼성.현대.대우가 공동 참여했다. 검토 시점이 너무 늦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올 1월까지 단 몇개월 만에 후보 기종별로 ▶주요 장비.부품의 국산화 효과 및 비용 분석▶설비투자 범위 분석 등 세부계획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각 업체와 기술지원 계약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KAI 관계자는 "때문에 지난해 초부터 기술도입 생산 협상을 빨리 추진할 것을 수차례 국방부에 건의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고 주장했다.

◇ 외국 업체 무관심 부른 예산 삭감〓정부가 관련 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절반 이하로 깎은 점이 외국업체들이 기술이전에 소극적이 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공군은 전투기 국산화라는 장기 목표를 염두에 두고 88년 이미 F-15급 차세대 전투기를 1백20대 정도 도입한다는 구상을 했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를 만나 물량을 60대로 줄였고, 2001년도 예산배정 때 다시 40대 분량(4조2백95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정도 예산으론 생산설비 등을 갖춰 국내에서 조립생산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F-16 생산업체였던 삼성항공(KAI로 통합)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생산설비 등 투자비용을 고려해 경제성을 갖추고 기술을 확보하려면 최소 80~1백대 정도는 돼야 가능하다" 고 말했다. 유러파이터나 다소 등 3개 입찰업체는 그 정도 소규모 예산 사업에 기술을 이전해 가면서 참여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4개 입찰업체는 사실상 가격협상에만 매달렸다. 결국 한국항공우주산업측에 유일하게 보잉사만이 기술도입 생산계획서를 냈고, 그나마 기체 부분의 15%만 기술이전을 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는 레이더.항공전자장비 등 첨단장비 개발이 포함된 항공우주산업 기본계획의 1단계(2001~2008년)부품 국산화 목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 F - X사업 일지

▶1988년 2월 공군, F-15급 전투기 1백20대 신규 소요 제기

▶5월 합참 합동전략목표 중기계획(90~94년)반영

▶98년 10월 재원 부족으로 물량 축소(60대→40대)

▶2000년 1월=방부, F - X사업 추진팀 구성

▶4월=방부, 통합제안요구서(RFP)배포(4개 외국업체 및 한국항공우주산업)

▶6월=잉사 등 해외 4개 전투기 업체, 제안서 접수

▶8월 16일~12월 8일=상준비 및 1차 본협상

▶8월 20일~12월 18일 현지 시험평가(SU-35.F-15K.라팔.유러파이터순)

▶2001년 1월 12일=기술 도입 생산계획서 접수

▶3월=험평가보고서 제출(아직 제출안됨)

▶4~5월=방연구원(KIDA) '비용 대 효과 분석' 보고서 작성

▶4~5월=차 본협상

▶6월=종합 검토

▶7월=기종 결정

도움말 주신분

▶보잉사 한국F-X프로그램 담당이사 스킵 베닛

▶보잉코리아 부지사장 로저 킵 테일러

▶우일(보잉 컨설팅에이전트) 유동호 전무

▶CPR(보잉 홍보대행사) 차유정 부장

▶다쏘 군수마케팅 담당 패트릭 마스

▶다쏘코리아 지사장 미쉘 홀더

▶알프레드(다쏘 홍보대행사) 공윤근 사장

▶유럽4개국 컨소시엄 EFI 수석부사장 앤디 루이스

▶EFI 한국사무소장 프란시스코 베르헤^메리트 버슨 마스텔러(홍보대행사) 유화주 실장

▶로스브로제니아 한국지사장 블라디미르 레베드

▶LG상사(마케팅대행)항공팀 김형민 부장

▶GE 군용 엔진 아시아담당 이사 토마스 와이글

▶프랫 앤 휘트니(P&W)군용기 담당 매니저 조 스칼라사니

▶국방부 최동진 획득실장^국방부 조달본부·공군FX시험평가단·국방부 시험 평가 담당관실·국방부 정보화기획실 관계자

▶국방연구원 무기체계연구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기술도입협상팀

▶국회 국방위 유삼남·정대철·박세환 의원

▶산자부 남윤석 산업기계과장

▶대한항공·삼성테크윈 관계자

▶군사평론가 지만원·김종대

▶숭실대 이남영(컴퓨터공학)·세종대 배기형(항공산업연구소)·서울대 이동호(항공우주공학)교수

사회부=표재용·강주안·전진배·정효식 기자

통일외교팀=김민석 군사전문위원

김준범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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