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옆 문래공원에 가면 …

중앙일보

입력

“하나 둘 셋 넷!” 지난 8일 오전 문래공원에 우렁찬 구령이 울려 퍼진다. 바쁘게 지하철역으로 향하던 사람, 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이들이 걸음을 멈추고 흥미롭게 쳐다본다. 주위 시선에 아랑곳 없이 동작을 맞추는 이들은 영등포구 ‘걷기 운동’ 프로그램 참가자들이다.


“참가한 지 2년 정도 됐어요. 남편이랑 늘 함께 나오는데 운동을 하고나면 무엇보다 기분이 좋아져요.” 강옥순(62·영등포구 문래동)씨의 말이다. 강씨는 2년 전, 운영하던 가게를 정리하면서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당시 건강이 그리 좋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건강검진 결과에 딱히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요.”

남편 박등부(70)씨는 “요즘은 혈압이 낮아지고 얼굴색도 좋아졌다”며 “나이 들수록 운동이 꼭 필요하더라”고 거들었다. 이들 부부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운동하는 날을 챙긴다. 운동이 없는 날엔 동네 학교 운동장을 나란히 돌고,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노래교실과 헬스 강좌에도 참여한다. “식생활도 달라졌어요. 채소 위주로 소식하고…. 몸이 건강하니까 마음도 편해져 봉사활동도 시작했어요.”

2008년부터 시작된 ‘걷기 운동’은 주 2회 1시간씩 전문 체육강사 지도 아래 4개월간 진행된다. “지역 주민들이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라는 게 영등포구 보건지원과 엄신영 주임의 설명이다. 20~80세 지역민 200명을 대상으로 하며 개인별 식사운동일지와 맞춤 상담도 병행된다. 문래공원·도림유수지·한강시민공원·안양천·영등포공원 5곳에서 진행된다.

문래공원에서는 주로 파워워킹과 스트레칭을 한다. 지도를 맡은 영등포구 생활체육회 강사 추은영씨는 “평소 걷기보다 3배 빠르게, 팔은 ‘L’ 각도를 유지하고 시선은 15도 앞을, 그리고 발뒤꿈치부터 내딛는 것이 파워워킹”이라며 “다리에 근력이 생기고 무엇보다 전신운동이 된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칭 역시 전신운동이다. “스트레칭이라고 하면 보통 가볍게 여겨요. 하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운동이 되죠. 헬스나 수영보다 손쉽고 유연성도 길러주죠. 유연성이 생긴다는 건 그만큼 젊어졌다는 뜻이거든요.” 추씨의 스트레칭 수업은 참가자들에게 인기다.

2008년부터 참가해온 최경화(54·영등포구 문래동)씨에게 운동은 이제 생활이 됐다. 스트레칭과 파워워킹 덕에 가느다란 다리에 근육이 붙었고 등살이 없어졌다. “친정어머니가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고생하세요. 그런 건 유전이란 얘기를 들어서 건강은 스스로 챙겨야겠다고 생각했죠.”

최씨는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는 날에도 500g 아령을 들고 꾸준히 걷는다. “설거지를 하다보면 집앞 문래공원이 내려다보여요. 게으름을 피우고 싶다가도 안 나갈 수가 없죠.”실제로 문래공원은 아파트촌 바로 옆에 자리하다 보니 지나가던 주민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곧바로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을 하는 예도 있다.

최경자(56·영등포구 문래동)씨 역시 공원과 집이 가까워 쉽게 운동을 시작했다. “53세까지 돈을 벌었어요. 그 뒤 쉬려고 했더니 몸이 아파오더군요. 전신마비가 와서 수술을 받고 장애판정을 받기로 했죠.” 2년 전 처음 프로그램에 참여했을 때는 목과 허리가 굽어 잘 걷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어려운 스트레칭도 곧잘 한다.

구령을 크게 붙일수록 운동이 잘되고 즐거워진다는 최경자씨.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과 웃음을 되찾은 그가 아쉬운 건 시간이 지날수록 운동 시간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운동은 꾸준히 해야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빠지는 사람이 있으면 보고 싶고 만나면 반가운 게 ‘걷기 운동’ 모임이 지속되는 또 다른 이유다.

영등포구는 올부터 ‘건강 운동’ 참가자 중 6명의 건강 챔피언을 선정한다. 기준은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4개월간의 출석률과 체지방·혈액검사 등을 통해 건강상태가 개선된 참가자다. 최씨는 “건강 챔피언이 되면 좋겠지만, 건강과 웃음을 찾은 걸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의 마음은 이미 건강 챔피언이다.

[사진설명]‘걷기 운동’에 참가하고 있는 최경자·박등부·강옥순·최경화씨(왼쪽부터). 이들은 “건강해지는 데 걷기 운동만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문의=영등포구 보건지원과 02-2670-4901

<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 사진=황정옥 기자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