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산책] 강우문 화백 팔순 기념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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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구화단의 원로 서양화가 강우문(姜遇文.80)화백의 팔순기념전이 대구 동원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姜화백의 그림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소박한 정서가 배여 있다. 팔순이란 나이 때문인 지 진중한 삶의 무게도 느껴진다.

25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 작품은 모두 올해나 1~2년전 제작된 최근작. 개인전으로는 3년만이다.

풍경.정물.누드화를 주로 그려온 姜화백은 90년대 들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그림의 주제를 탈춤이나 농무.무속춤 등과 같은 우리 민속적 기예(技藝)로 옮겨간 것.

姜화백은 "80년대말 미국과 유럽을 여행하던 중 우리 고유의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며 "도구는 남의 것을 사용하지만 우리 정신과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우리 그림을 그리는 일" 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姜화백의 작품엔 주로 춤사위가 등장한다. 소박하면서 욕심 없는 얼굴들이 자유롭게 덩실거리는 어깨춤은 보는 이들에게 그대로 스며들어 마음을 살찌운다. 또 흰색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작가답게 흰색으로 그려진 진중함은 서민들의 애환과 정서를 대변한다.

姜화백은 팔순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매일 대명동 화실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작품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姜화백은 "아직도 할 일이 많다" 며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때까지 작품제작에 전념할 것" 이라고 말했다.

대구출신인 姜화백은 1955년 2월 창립된 대구미술가협회 부회장을 시작으로 대구화단을 사실상 이끌어온 산증인이기도 하다.

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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