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리 사채는 사회악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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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급전(急錢)대출을 미끼로 하는 고리대금업자들의 횡포가 심각하다. 악덕 사채업자들은 상상하기 힘든 고금리로 돈을 빌려준 뒤 고의로 자리를 피해 기일을 넘기는 수법으로 거액을 갈취하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사채 회수를 위해 폭력배와 해결사를 동원하는 등 폭력 조직화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국세청에 등록된 고리대금업자는 지난해 말 현재 1천4백12곳이지만 무허가 업자를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3천여군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을 포함한 지하 사채시장의 자금 규모는 약 2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게 금융감독원의 추계다. 최근에는 특히 일본의 고리대금업체 20군데까지 국내에 들어와 영업 중인 것으로 파악돼 있다.

은행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우리나라 신용 불량자 수는 개인과 법인을 합쳐 2백30여만명이고 그 밖에 1백여만명은 과거 신용 불량 기록이 남아 있는 상태여서 금융활동에 지장을 받는 사람은 줄잡아 3백만명이 넘는다.

신용 불량자는 돈을 구하기가 어려워 결국 사채시장을 찾을 수밖에 없으니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고리대금업이 성황인 것은 불가피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고리의 사채업의 대상은 기본적으로 서민들이다. 모두 힘도 없고 돈도 없는 약자들이다. 사채업자들은 결국 서민의 약점을 이용해 터무니없는 고이율을 요구하기 일쑤다. 1년에 1천%가 넘는 고리채는 예사고 걸핏하면 채무자를 폭행.협박하거나 심지어 윤락가에 팔아넘긴 경우도 있다.

또 일부 업자들은 조직폭력배와 연계돼 납치.감금을 일삼기도 했다. 금감원이 피해신고센터를 설치한 지 3일 만에 1백67건이나 접수됐다니 이들의 횡포가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지 않은가.

불법 고리대금업은 사회악이요, 독버섯이다. 특히 납치.감금.폭행 등 범죄를 일삼는 무허가 사채업자들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날뛰는 것은 검.경찰 등 관계 당국이 단속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시일이 걸린다면 우선 범법자가 무법천지처럼 날뛰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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