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최철한-양재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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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崔3단, 흑의 최후통첩을 거부하다

제2보 (19~39)=19로 막아 정석이 계속된다. 그러나 崔3단은 마음이 불편하다. 뒷맛 고약한 이 옛날 정석에 익숙지 않은 崔3단으로선 생리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다.

26은 중대한 기로였다. 알기 쉽게 둔다면 '참고도' 백1로 잡아야 하겠지만 흑2, 4로 두면 백□ 한점은 죽은 목숨이 된다. 崔3단과의 대화.

- 그 한점이 그렇게 큰가. 흑도 후수가 아닌가.

"백△ 한점이 잡히면 백△ 한점도 힘을 못쓰게 된다. 그게 억울했다. " (崔3단)

崔3단의 대답과 이후의 실전을 잘 음미해주기 바란다. 崔3단은 귀에서 큰 수가 나는 것을 각오하고 26에 두었던 것이며 그래서 관전객들은 '참고도' 의 백△ 한점이 그렇게 클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우선 실전을 따라가 보자. 27, 29로 눌러가는 수순은 두텁다. 梁9단은 지나는 길에 31을 선수해두고 33에 뛴다. 백이 귀에 가일수하면 A에 걸쳐 충분하다는 계산. 따라서 백도 34로 버틴다.

이 장면에서 梁9단은 25분여의 대장고를 거쳐 35와 36을 교환했다. 梁9단은 귀에 수가 있다는 것을 좀더 확실히 지적하며 빨리 지키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래놓고 37의 수비. 폭격 전야의 최후통첩인 셈이다.

하지만 崔3단으로서 한수 더 들인다는 것은 너무도 억울하다. 그럴 바엔 '참고도' 처럼 두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40분이라는 길고 긴 시간이 흐르고 고개를 숙인 채 고심을 거듭하던 崔3단은 슬그머니 38에 두어버린다.

이리하여 39로 초반 대패가 났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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