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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문구 문화 일군 동이족=고조선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중국 대문구(大汶口) 문화의 주인공은 고조선족이었다. "

서울대 사회학과 신용하(64) 교수가 최근 나온 『한국학보』(제102호)에서 이런 주장을 해 주목을 끌고 있다. 신교수는 이 논집의 「고조선 '아사달' 문양이 새겨진 산둥(山東) 대문구 문화 유물」이라는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아직 우리에겐 생소한 '대문구 문화' 는 중국의 룽산(龍山)문화 이전에 이미 산둥반도에 존재했던 동이(東夷)계 문화다. 중국의 고고학계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바다. 그 시기는 BC 4300~BC 2200년께로 추정된다.

이 대문구 문화의 주인공인 동이족이 바로 대동강 유역에서 살던 고조선족이라는 게 이번 주장의 골자다. 중국학계의 학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동이족〓고조선족' 으로 보는 것. 그는 이곳에서 나온 아사달 문양(사진 가운데 윗부분)이 그 증거라고 확신했다.

1961년 이곳에서 출토된 다량의 형이형 토기에는 이상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신교수는 이 팽이형 토기는 고조선 전기(신석기)문명 특유의 토기 형식이며, 여기에 새겨진 아사달 문양이야말로 고조선과의 연관성을 증거하는 결정적 자료라고 주장했다.

이 상형(象形)문양을 풀이하면 결국 '아사' 는 아침의 고조선어고 '달' 은 산을 뜻하는데, 이를 합쳐 하나의 '아사달' 로 표시하면 고조선 말에 의한 나라와 수도 이름을 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팽이형 토기를 제작해 쓰던 대문구의 동이족은 고조선족이라는 해석이다.

신교수는 이런 주장을 이른바 '고조선문명론' 이라는 거대한 가설 속에서 분석한다. 그는 이번 논집보다 먼저 나온 『한국민족의 형성과 민족사회학』(지식산업사)이란 책에서 "세계 4대 문명인 황허(黃河)문명에 버금가는 '고조선 문명' 이 BC 2400년을 전후로 대동강에서 랴오허(遼河)의 서쪽에 이르는 방대한 지역에 걸쳐 형성됐다" 는 가설을 제기했다.

대문구 문화는 바로 이런 고조선 문명권의 영역 하에서 고조선족의 후예들이 세운 문화라는 이야기다. 이런 주장은 지금껏 학계에선 누구도 한 바가 없어 논쟁거리가 될 것 같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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