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입학사정관제 스펙쌓기 ④ 영일고 의학·생명공학 스터디 그룹

중앙일보

입력


“이것이 위암 환자의 실제 위를 3분의2정도 잘라낸 겁니다. 이렇게 빨갛게 혈관이 두드러져 보이는 곳이 암세포가 있는 부위죠.” 실제 위암 수술 장면을 처음 보는 학생들의 눈에 긴장감이 역력했다. 영일고 2학년으로 이뤄진 의학·생명공학 스터디그룹 학생들이 지난 3일 건국대병원 외과병동을 찾았다. 이들의 1일 체험을 따라 나섰다.

건국대병원 수술실 앞

회색 수술복과 마스크, 모자를 쓴 학생들의 얼굴이 상기됐다. “수술실에선 감염을 가장 주의해야 해요. 특히 수술을 위해 준비해 놓은 각종 장비들에 몸이 닿으면 절대 안됩니다. 환자의 생명이 위태로워 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요.”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수간호사로부터 주의사항을 전해 듣고는 더욱 긴장감이 감돈다. 외과 수술실에서 진행 중이던 수술은 2건. TV 드라마 ‘산부인과’의 실제 촬영장을 지나 갑상선 암 절개 수술실에 들어섰다. 이미 환자의 목 부위가 절개돼 수술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때마침 의료전문대학원생들의 수술실습이 있어 그 옆에서 수술에 대한 설명을 함께 들었다. 안내를 맡은 대장암센터 소장 황대용 교수는 “갑상선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신경이 워낙 많이 지나는 자리라 긴장이 많이 된다”며 “복강경 수술도 있지만 이 환자의 경우 목을 직접 절개해 암 부위를 떼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신 고개를 끄덕거리던 민제훈군이 “수술실 분위기가 생각보다 여유 있는 것 같다”며“환자의 피가 낭자하고 고성이 오가는 긴박한 모습을 상상했는데…”라고 중얼거렸다. 그러자 황 교수가 “드라마를 생각하는 모양인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서로 긴장을 풀기위해 음악도 듣고 가벼운 일상 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 수술실에선 위암제거수술이 진행중이었다. 집도의의 보조를 맡고 있는 간호사의 눈빛이 한눈에 봐도 예민하다. 결국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수술 장면을 지켜보던 한 학생이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다. 환자의 위를 3분의2정도 잘라내는 큰 수술을 하느라 민감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수술실 한켠에서 잘라낸 위를 직접 보여주며 암 판별법,수술도구 사용법 등을 알려줬다.

“암 부위를 잘라내면 곧바로 임상실험을 통해 상태를 정확히 진단한 후 치료 계획을 세웁니다. 의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이라 그런지 수술 장면을 보고도 표정 변화가 별로 없네요. 외과의의 기본적 자질은 갖추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오전 8시부터 회진을 함께 돌며 시작된 이날 체험은 실제 환자의 상처부위 소독이나 심폐소생술 등 실습을 마치고 오후가 돼서야 끝났다.

토론학습 통해 의학 논문 목표

체험에 참가한 6명의 학생들은 지난 겨울방학에 처음 조직된 영일고 의학·생명공학 스터디 그룹이다. 지도를 맡은 이 학교 박성호 교사는 “의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오로지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공부에만 매달리는 것이 안타깝다”며 “앞으로 의대를 진학한 선배들과 만남이나 체험 등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를 통해 학습효과를 올리겠다는 것.

내신성적 10위내의 학생들로 구성된 이 스터디그룹은 모두 의대 진학을 희망하고 있다. 김회창군은 “스터디 그룹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주제를 찾아 의학생명공학에 대해 공부하니 재미있기도 하고 효율도 오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군도 “이번 체험활동을 통해 의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데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며 “공부의 참맛을 느끼고 있다”며 웃었다.

스터디그룹 모임은 방학동안 매주 2회씩 진행됐다. 모임의 첫 번째 주제는 ‘신종 플루’였다. 각자 발병원인·치료방법·향후대책 등의 세부 연구분야를 정하고 다음모임까지 발표를 위한 자료조사를 벌였다.

발표 후 토론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 작성까지 끝나면 다시 토론을 통해 다음 주제를 정하는 방식이다.

박상현군은 “솔직히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 한 편에는 경제적인 성취에 대한 생각도 있었다”며 “스터디 그룹에 참여하면서 의사의 사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말했다. “실제 의대 교수들을 만나면서 진정으로 환자를 배려하는 마음과 생명을 중시하는 의사 본연의 자세를 보게 돼 존경심이 들었어요.”

양문석군도 “이런 활동이 꼭 중요한 스펙으로 작용하지 않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보다 깊이 탐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맞장구를 쳤다.

TV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이’의 자문 역할로 유명세를 탄 정은주 교수와의 대화가 인상 깊었다는 서용하군은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해정 교수님처럼 환자의 정신적 건강까지 돌보는 존경받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학기 중에는 매주 1회씩 모여 토론 학습을 계속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올해 내에 논문을 공동 발표할 계획이다.

[사진설명]1.영일고의 의·생명공학 스터디그룹 학생들이 건국대 병원 수술실에서 갑상선 암 제거 수술을 지켜보고 있다. 2. TV드라마 ‘외과의사 봉달이’의 자문을 맡았던 정은주 교수가 CT(컴퓨터 단층 촬영)사진보는 법을 설명 중이다. 3.심폐소생술을 실습하고 있는 박상현군. 4.황대용 교수가 환자로부터 절제된 실제 위장을 보여주며 암식별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사진=황정옥 기자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