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의 전조 황반변성] 직선이 휘어 보이면 ‘위험’…흡연·비만도 원인입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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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이 구부러져 보이거나 시야 중심부에 까만 반점이 생겨 안 보인다면 황반변성을 의심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망막 중심부에 불필요한 혈관 생겨

서울성모병원 안과 이원기(망막 전문) 교수는 “멀쩡한 물체가 찌그러지거나 직선이 휘어져 보인다면 황반변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황반변성은 녹내장·당뇨병성 망막증과 함께 실명을 일으키는 3대 질환.

황반변성이란 시(視)세포가 밀집돼 있는 망막의 중심부에 쓸모없는 신생 혈관이 계속 만들어지는 질환. 이들 혈관은 매우 약해 잘 터지고, 그 결과 혈액과 삼출액을 쏟아낸다. 황반 부위가 이렇게 부종을 일으키면 시야가 구불구불하게 보이는 것이다. 70대 이상 노인의 40~50%에서 황반변성이 진행될 정도로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빠르면 한 달 만에 실명할 수도

황반변성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고령화다. 50대 이상에서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져 ‘노인 황반변성’으로 불릴 정도다. 노화 외에는 흡연·고혈압·가족력·비만·자외선 등이 관여한다. 이 교수는 “평균수명이 높아져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식습관의 서구화 등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황반변성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2004년부터 2008년 사이에 환자 수가 60% 정도 증가했다.(국민건강보험공단) 미국은 전체 인구의 9%인 850만 명이 황반변성을 앓고 있다.

황반변성은 건성과 습성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건성은 진행속도가 느리고 실명 위험이 낮아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황반변성의 10%에서 나타나는 습성은 위험하다. 습성 황반변성은 신생혈관에서 분비되는 피와 삼출물로 인해 시력이 떨어지다가 결국 실명으로 이어진다.

누네안과병원 유용성 원장은 “화장실에서 힘을 주다가 혈관이 터지기도 한다”며 “빠르면 발병 한 달 만에 실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황반변성 치료를 위해 황반세포에 레이저를 쐈다. 진행을 막고, 시력을 유지하는 효과는 있지만 문제는 주변 황반세포도 함께 죽는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유리체(계란의 흰자위처럼 안구를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충진 물질)에 직접 약물(성분 라니비주맙)을 주사하는 방법을 쓴다. 치료제는 황반에서 신생혈관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고, 신생혈관에서 피와 삼출물이 새어나오는 것을 막는다. 점안 마취를 하고 가는 주삿바늘을 쓰기 때문에 통증은 따끔한 정도다.

눈에 직접 주사하는 치료제 개발

지금까지 밝혀진 황반변성 치료법 중 유일하게 나빠진 시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입증됐다. 미국 마이애미의대가 423명의 황반변성 환자에게 주사 치료를 한 결과, 환자의 40% 이상이 시력검사표에서 세 줄 이상을 더 볼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회복됐다. 개인의 증상 호전 정도에 따라 매달 한번씩 이상 주사한다. 지난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개인부담이 크게 줄었다.

이 교수는 “황반변성을 노안으로 생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50세 이상이면 정기적으로 한쪽 눈을 가리고 바둑판 모양의 격자를 보며 직선이 휘는지를 확인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황반변성을 예방하려면

1 금연한다 지난 1월 미국안과학회 저널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황반변성이 발생할 비율이 11%나 높았다.

2 눈 건강에 좋은 음식 먹어야 눈에 좋은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C나 루테인을 섭취한다. 시금치와 계란·브로콜리 등이 대표적이다.

3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영국국립실명연구소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사람은 건성 황반변성에 걸릴 위험이 2배 높다.

4 바둑판 모양의 암슬러 격자를 보자 50세 이상이라면 주기적으로 한쪽 눈을 가리고 직선이 휘어 보이지 않는지 확인한다.<그림 참조>


이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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