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암 100% 완치에 도전한다 ②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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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암에 이어 유방암이 발생률 2위다. 유방암 환자의 약 40%는 40대다. 30대 환자 비중도 14%. 외국의 5%대보다 3배나 높다. 다행히 최근 부작용을 줄인 맞춤형 유방암 치료법이 국내에 속속 도입돼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그 중심에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가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에서 암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이 센터는 환자의 상태에 따른 맞춤 치료를 제공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20년 전 국내 첫 유방암클리닉 개설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유방암 전문 치료의 초석을 다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91년 국내 병원으로서는 처음으로 유방암클리닉을 개설한 것.

당시 모든 암 치료는 외과 치료 영역의 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유방암 환자가 증가하고, 여러 진료과와 유기적 협진이 필요하자 현재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장인 이희대 교수가 중심이 돼 유방암클리닉을 열었다. 이때부터 유방암에 ‘통합치료’ 개념을 도입해 선구자적 역할을 하게 됐다.

이희대 센터장은 “검사부터 수술까지 길면 한 달이 걸리던 것을 일주일로 줄인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과를 비롯해 영상의학과·방사선종양학과·병리과·종양내과·재활의학과·산부인과·성형외과·정신과 등 유방암의 진단·치료·재활에서 성형까지, 그리고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는 심리치료 등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치료 성적이 그렇게 좋은 이유가 뭐죠.” 이곳 유방암센터가 다른 유방암 치료 의료기관들로부터 종종 받는 질문이다.

유방암센터의 치료 성적은 국내외 최고 수준이다. 1993~2002년까지 치료받은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83%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평균인 80.5%보다 높다. 또 미국의 87%(1995~2001년)와 비슷하고 유럽 77%(1990~94년), 일본 78%(1993~96년)보다 앞선다.

부작용 줄이고 가정 복귀 빠르게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의 높은 치료 성적은 유방 보존술, 겨드랑이 감시 림프절 절제술, 맞춤치료 등 세 가지를 국내에 선도적으로 도입한 데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이 방법들은 다른 병원에도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치료 방식으로 환자가 겪는 부작용은 줄었고, 가정과 사회복귀 기간이 단축돼 삶의 질이 높아졌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유방암에 걸리면 유방을 모두 절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희대 센터장은 20년 전 암이 발생한 유방의 일부분만 절제하고, 방사선 치료를 통해 유방을 최대한 보존하는 수술을 도입·보급했다.

특히 이 센터장이 1998년 국내에 처음 소개한 ‘겨드랑이 감시 림프절 절제술’은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완두콩 모양의 감시 림프절은 유방에서 겨드랑이 쪽으로 연결되는 림프절의 출입문. 겨드랑이 림프절은 유방에 움튼 암 세포가 다른 신체기관에 전이되는 도화선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유방암에 걸리면 예방 차원에서 20~40개에 이르는 겨드랑이 림프절을 다 들어냈다. 그러면 환자의 20%에서 겨드랑이부터 팔까지 2㎜~1㎝까지 두께로 부어 오르는 부종이 발생한다. 결국 운동능력이 급격히 떨어져 일상생활은 물론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다.

이희대 센터장은 “유방에 방사선동위원소를 주입해 암 전이가 의심되는 감시 림프절 1~2개만 조직검사를 한다”며 “이상이 없으면 림프절을 제거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고령환자는 항암제 치료 생략

강남세브란스병원 유방암센터는 수술 후 치료와 예방을 위해 일반적으로 적용하는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도 암 발병 유형과 환자 상태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한다.

유방암 치료는 일반적으로 수술 후에 방사선·항암제·항호르몬 치료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곳에선 65세 이상 고령과 비교적 순한 0기 암에서 2㎝ 이하 암 덩어리에는 구토·탈모·식욕부진 등 부작용으로 환자를 힘들게 하는 방사선·항암제 치료를 생략하고 항호르몬치료만을 선택적으로 시행한다.

유방암센터 정준 교수는 “환자에 따라 치료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부 환자에선 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를 생략해도 치료 성적이 좋아 수술 일주일 뒤에는 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인터뷰 이희대 센터장

“나도 대장암과 7년째 싸움” 마음 헤아리는 치료

“한두 번 재발한 것 갖고 뭘 그러세요. 용기 내세요.”

재발한 유방암 환자들이 찾아오면 이희대 센터장(사진)이 지그시 웃으며 건네는 말이다. 그는 대장암 4기 판정을 받고 7년째 암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암이 12번 재발해 수술·항암제·방사선 등 총 14번의 강도 높은 암 치료를 견뎌냈다. 간을 절제하고 골반뼈도 일부 제거해 보조기구 없이는 거동이 힘들다. 수술은 앉아서 한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이 센터장은 유방암 환자 치료에서 ‘감성 터치’를 강조한다.

“ 상처받은 마음을 진심으로 터치해주면 면역력이 높아져 치료효과가 20~30%는 좋아지죠.” 이 센터장은 “암은 우리 몸에 전세 내 들어와 있는데 원하면 살게 내버려 두라”며 “말썽만 부리지 않으면 장기 거주해도 되고, 알아서 나가주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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