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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종 의원, 학교 돈 빼 구명로비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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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의정부 신흥학원 이사장인 민주당 강성종 의원을 조만간 소환해 횡령 혐의와 횡령한 돈의 사용처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주 강 의원의 아버지이자 재단 설립자인 강신경(81)씨를 조사한 바 있다.

검찰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재단 관계자들이 공모해 70억원을 빼돌린 사실을 밝혀내고 횡령된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이 중 40억원가량은 재단 설립자인 강신경씨가 학교 건물 신축 등에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강신경씨의 경우 혐의 내용을 상당 부분 인정했고 사용처에 관한 조사와 진술 내용이 대체로 일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용처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30억원은 강 의원 몫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강 의원이 횡령한 돈을 공천헌금 등의 명목으로 정치인들에게 전달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 중이다. 또 이 돈 중 상당액이 불법 선거자금으로 사용됐는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벌써부터 특정 의원의 연루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은 특히 강 의원이 2004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의원직을 유지하기 위해 전방위 금품로비를 했다는 첩보에 주목하고 있다. 횡령 혐의와는 별개의 비리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2004년 5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정부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구속 기소됐다. 추석 선물에 자신의 이름이 적힌 카드를 넣어 지역 구민들에게 돌리는 등 2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돌린 혐의였다. 1심에서는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벌금 800만원으로 낮춰졌으나 역시 당선 무효형에 해당했다.

국회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당선이 취소된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된 뒤 2006년 서울고법에서 80만원으로 낮춰지면서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검찰은 지난해 말 수사 초기 단계부터 강 의원이 구명로비를 벌였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의원을 상대로 횡령한 돈으로 정계와 법조계를 상대로 구명로비를 하는 데 사용했는지를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강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유지하는 벌금 80만원을 받은 사례와 비슷한 다른 선거법 위반 판례를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의원 측은 “잘못한 게 없으니 검찰의 소환에 응하겠다”며 “횡령한 사실도 없고, 횡령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금 횡령은 구속된 재단 사무국장의 개인비리이며, 강 의원이 연루됐다는 진술은 터무니없다”고 덧붙였다.

이철재·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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