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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론 미리 상환 땐 수수료 돌려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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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 서울 중구에 사는 40대 박모씨는 2007년 8월 해외에서 B사의 신용카드를 사용했다. 138만원어치나 긁었지만 카드사는 포인트 적립을 해주지 않았다. 약관을 살펴보니 실제로 국내 사용분만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신용카드를 해외에서 쓴다고 카드사가 특별히 손해를 보는 것도 아니다. 카드사는 수수료를 받고, 고객은 사용대금의 이자 등을 부담한다. 신용카드 해외이용 실적은 4조9237억원(2008년)에 달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해외 사용분에 대해 포인트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인 만큼 무효라고 지적했다. 최근 발매되는 일부 카드는 해외이용분까지 포인트로 쌓아 주고 있지만 아직 해외이용분을 적립해 주지 않는 카드가 많다. 공정위에 따르면 BC카드·하나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해외이용분을 적립해 주지 않고 있다.

# 서울 노원구에 사는 홍모(27·여)씨는 2007년 L카드사에서 800만원의 카드론을 받았다. 대출받은 당일 입금된 계좌를 확인해 보니 800만원이 아니라 776만원만 들어와 있었다. 카드사에 확인해 보니 취급수수료를 빼고 입금된 것이었다. 이와 별도로 연 23%에 달하는 카드론 수수료(이자)도 부담해야 했다. 카드론 수수료가 너무 많다고 판단한 홍씨는 대출 당일 776만원을 전액 상환했다.

하지만 카드사는 선취수수료 24만원까지 추가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카드회사가 대출해 주면서 받는 수수료 등은 명칭에 상관없이 대부업법상 이자로 간주된다. 이런 수수료는 고객의 신용등급에 따라 차등해서 카드사가 미리 받는 돈이므로 선이자에 해당된다. 공정위는 고객이 만기가 되기 전에 대출금을 상환하는 경우 잔여기간에 해당하는 선이자는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결론을 냈다.

소비자에게 불리한 신용카드사의 약관에 대해 공정위가 메스를 들이댔다.

공정위는 카드론 취급수수료 환불불가 조항과 해외사용 부분 포인트 적립배제조항 등 부당한 약관조항을 시정해줄 것을 금융위원회에 요청했다고 3일 발표했다. 금융위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공정위 요청에 따라야 한다. 공정위 한철수 소비자정책국장은 “시정을 요청한 약관조항은 법률에서 정한 고객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거나 카드사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해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내용”이라며 “이런 조항은 약관법상 무효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고객의 신용이 나빠질 경우 체크카드의 이용을 제한토록 한 조항도 문제였다. 체크카드는 고객의 계좌잔고 범위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용자의 신용이 나빠지더라도 채무불이행 위험은 없다. 그런데도 신용 악화를 이유로 계좌에 돈이 남아 있는데도 체크카드 사용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지난해 체크카드 이용건수와 금액은 하루 평균 287만 건과 999억원에 달한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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