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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행복하게 미소 짓는 법' 外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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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산소를 위하여

행복하게 미소 짓는 법
성전 지음, 도솔, 272쪽,9500원

얼마 전 열반한 청화스님에 대한 인상깊은 회고로 이 책은 시작한다. 하루 한 끼의 식사와 장좌불와(長坐不臥) 그리고 철저한 수행 속에 살다 간 청화 스님은 저자인 성전 스님이 직접 모셨던 스승이다. 겸손하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수행의 삶을 살다간 청화스님의 이야기가 우리들의 흐려진 마음을 정갈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면 이 책엔 골치 아플 수도 있는 불교 이야기와 어려운 법어가 섞여든 것인가?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출가한 이들에게는 세 가지 소중한 인연이 있다. 스승, 도량, 도반(道伴). 성전스님의 『행복하게 미소 짓는 법』은 이 세 가지 인연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편안한 에세이다. 글 잘 쓰는 법정스님 이후 대중적 글쓰기에 능한 젊은 스님의 탄생을 알리는 이 책은 이 세 가지와의 만남과 인연 속에서 행복을 찾는 길 떠남의 기록이다. 따라서 길 떠남에는 출가까지도 포함된다.

“나는 내 삶의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다. 행복이 그것이다. 내게 출가는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고 깨달음은 행복을 의미한다. 삶의 목적 가운데 이보다 더 분명하고 아름다운 목적이 있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나는 꽃을 봐도 미소 짓고 푸른 하늘에도 가슴이 설렌다. 그것은 내 마음의 주파수가 온통 행복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행복하게 미소 짓는 법』은 일견 너무도 쉽게 행복을 가르쳐 준다싶기도 하다. 이런 식이다. “무조건 웃어라. 그러면 행복해진다.” 언뜻 이처럼 단순하고 명료한 조언이 어디 있을까 싶은데 그는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마음속에 맑고 투명한 빛을 떠올려라, 마음속에 빛을 그리고 있으면 육신의 무게가 사라지는 가벼움을 만날 수 있다”고 귀띔해준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만나는 모든 것들과 대화하라. 사람뿐만 아니라 꽃이나 나무, 하늘과도 대화해 보라, 그러면 외로움은 사라지고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 행복을 위한 구절을 하나씩 기억하라. 수시로 그 구절들을 외우고 의미를 마음으로 그려라.”

성전스님의 말은 웰빙의 시대란 몸이 잘 먹고 잘 살아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도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것, 마음과 정신에도 산소와 엽록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진정 찾고 얻어야 할 분명한 답이 마음과 정신의 행복이라는 의미다. 마음 편안해지는 행복 법어를 들려주는 이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대중적 어법이다. 저자 특유의 어법에는 약간의 감상주의가 허용되고, 여백이 많은 편안한 마음가짐이 필수적이다. 조금은 비약이 아닌가 싶지만 그의 편안한 글을 따라 “그냥 웃어볼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이 책 읽기인지 모른다.

조우석 기자

***삼국지에 담긴 경영의 묘

유비처럼 경영하고
제갈량처럼 마케팅하라
원제 水煮三國, 청쥔이 지음
박미경 옮김, 랜덤하우스중앙, 336쪽, 1만2000원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는 한자 문화권에서 물과 같이 흘러왔다. 시대를 넘나들며 담기는 그릇에 따라 몸바꾸기가 무궁무진하다. 기업 경영 컨설팅 전문가인 청쥔이(成君憶·아태인력자원연구협회 차석 비서장)의 손에서『삼국지』는 경영소설로 다시 태어났다. 홀어머니 밑에서 운명을 개척하는 고학생 유비를 주인공으로 해 그가 온갖 사회 경험 끝에 최고경영자가 되는 과정을 『삼국지』속 인물·사건·전투 등으로 재구성한 지은이의 이야기 솜씨가 절묘하다.

유비가 대학을 졸업하고 기업 경영 방법을 익혀가는 전반부나, 제갈량이 유비를 도와 21세기 기업전쟁인 적벽대전에서 승리하는 후반부 모두 중국 관리학의 고갱이를 바탕에 깔고 있다. ‘중국 노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는 한마디가 사람 관리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풍부하게 인용한 우화, 글 사이사이에 상자로 묶어 정리한 처세 원칙과 기술은 인재를 널리 뽑아 쓰려는 경영자나 성공적인 사회생활을 원하는 직장인 모두에게 맞춤한 실용서 구실을 하고 있다.

책 제목에 붙은 수자(水煮)는 사천 요리 가운데 혀끝이 얼얼할 만큼 매콤한 요리 이름 앞에 얹는 접두사다. 관리학을 재료로 해 톡 쏘듯이 맵싸하게 우려낸 『삼국지』라는 뜻이다. 회사로 출근한 유비에게 배우는 경영불패의 법칙은 싸움터에서 펼치는 전략과 전술 못지 않다. 지난해 7월 중국 서점가에 첫 선을 뵌 뒤 공식 집계로만 80만 부 이상 팔려나간 힘이 진지함과 해학을 버무린 ‘수자’요리법에 있었던 셈이다.

정재숙 기자

***100년 전 시카고의 살인마

화이트 시티
원제 The Devil in the White City, 에릭 라슨 지음
양은모 옮김, 은행나무, 447쪽, 1만2800원

유원지의 대관람차를 본 적이 있는가. 초스피드를 즐기는 요즘의 놀이동산에서는 낡은 유물로 남은 앙상한 철골 구조물. 시속 수백㎞로 질주하는 롤러코스터 옆에서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한가롭게 쳇바퀴를 도는 이 기구가 한때는 미국 철강 산업의 자존심이었다.

제작자의 이름을 따 ‘페리스 휠’로 불리는 이 기구는 1893년 시카고 박람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3년 전 치러진 파리 박람회의 에펠탑을 능가하는 미국적 건조물로 추앙된 것이 바로 이 대관람차였던 것이다.

『화이트 시티』는 한 세기 전 시카고 만국 박람회를 무대로 한 다큐멘터리다. 책 제목인 ‘화이트 시티’는 시카고가 한때 지녔던 영광의 이름이다. 19세기 말 매년 1400만 마리의 소·돼지를 도살하던 백정의 도시가 어느 날 은빛 날개를 달고 미국의 역사 속으로 꿈처럼 솟아올랐다. 떠들썩하고 매연과 수증기가 가득한 곳, 도살된 소와 돼지 냄새가 가득한 피의 도시가 박람회를 앞두고 도심의 남쪽 외곽에 기적처럼 ‘꿈의 도시’를 건축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출신인 작가 에릭 라슨은 한 세기 전 진보와 부흥의 열망에 사로잡힌 광란의 도시 시카고를 무대로 소설 같은 ‘사실’을 배치했다.

신대륙 발견 400년을 기념해 치른1893년 박람회는 유럽의 에펠탑에 대항하기 위한 미국의 총력전이었다.당시 극심한 경제 침체 속에서도 6개월간 2700여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아 파리 박람회를 압도했다. 미국 인구가 6500만명이었을 때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 백색 환상의 도시는 미국 전역의 순진한 선남선녀를 빨아들였고, 그들의 멍한 꿈을 냉정하게 해부한 살인마가 있었다. 미국 최초의 연쇄살인마로 기록되는 H H 홈즈는 시카고 박람회장의 외곽에서 최소한 9명의 미녀와 어린이를 살해했다. 그의 직업은 의사였다. 이 엽기적인 살인광이 기적적인 꿈의 도시를 활보하던 19세기 말 미국의 풍경을 담아낸 책이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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