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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국민투표] 친박은 "국론 분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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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친박계는 이명박 대통령의 ‘중대 결단론’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국회에서 세종시 문제가 안 풀리니까 이 대통령이 국민투표라는 극약 처방까지 동원하려 한다는 불만 어린 기색이 완연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정복 의원은 1일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언론에서 국민투표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정부가 무책임하게 국정 혼란과 국론 분열에 앞장서겠다는 것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대의민주주의에서 국회의 의사 결정은 바로 국민의 의사 결정인데, 이미 국회에서 통과돼 시행되고 있는 법에 대해 다시 국민 의사를 묻는다면 국회가 존재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도 따졌다. 그는 또 “세종시 수정안 국민투표는 헌법에서 정한 국민투표 요건에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위헌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로 인한 국정 혼란과 정치·경제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상기 의원은 “대통령이 무슨 일이 있어도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려는 모양인데 그러다간 나라와 당에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몇몇 친박계 의원은 이미 지난주에 “이 대통령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6·29선언과 같은 메가톤급 발표를 할 것”이란 정보를 입수했다고 한다. 다만 ‘중대 결단’이 국회 압박용인지, 실제 결행용인지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린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대통령이 강공을 하는 것처럼 가다가 전격적으로 수정안 추진 중단을 선언해 통 큰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성헌 의원도 “대통령이 3·1절 경축사에서 대승적 화합을 말했는데 그게 국민투표와 어울리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또 다른 친박계 인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대통령이 정 안 되면 국민투표까지 간다는 결심 아래 실무 검토 작업을 진행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투표는 대의 정치가 비효율이라고 생각하는 대통령의 입맛에 딱 맞아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 국민투표→개헌론 전면 부상’으로 이어지는 2단계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란 분석도 하고 있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박 전 대표가 국민투표에 찬성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게 친박계의 정설이다. 한 측근은 “세종시 국민투표는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기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정치철학과 전혀 맞지 않는다”며 “청와대가 국민투표를 시사했다고 해서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이 달라질 일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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