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물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랑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 속으로 들어 온 길이
불의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 한 죄
- 이문제(1959~ ) '노독'
이 글을 읽고, 또 읽으면 내가 서 있는 이 땅이 세상의 끝 같다.
딛고 있는 내 발 밑이 벼랑 같아서 발끝이 간질간질하다.
삶을 함부로 낭비하지 말라. 그는 이따금 홀로 술마시다 섬진강으로 전화를 한다.
그의 외로움이 내게 닿을 때 나도 외로워서 강으로 간다.
김용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