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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뉴욕 타임스 스퀘어에 ‘독도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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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동영상의 내용(사진 1~6)은 낱말 퍼즐을 푸는 형태다. ‘HAWAII’란 단어가 나온 뒤 A에서 세로로 ‘AMERICA’가 쓰여진다. I에서 가로로 ‘SICILIA’가 튀어나오고, 이 단어의 I에서 ‘ITALY’가 나타난다. 이렇게 진행되다 ‘DOKDO’와 함께 ‘KOREA’가 완성된다. 뒤이어 ‘독도는 한국의 일부다. 아름다운 섬, 독도에 오세요’라는 영문 메시지가 뜬다.

독도를 통한 세계와의 소통이 시작된다. 민족주의적 색채가 짙은 ‘영토 문제’를 유쾌하게, 그리고 국제적 감각으로 다루겠다는 것이다. 3·1절 미국 뉴욕의 한복판인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가 시발점이다.

뉴욕 시간으로 3월 1일 0시. 타임스 스퀘어의 중심부에 있는 ‘CNN 뉴스 광고판’에 30초짜리 동영상이 방영될 예정이다. 동영상은 1시간에 두 차례, 하루에 총 48회 방영된다. 내용은 독도 이야기. 하와이는 아메리카(미국),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 그리고 독도는 코리아(한국)라는 영문이 퍼즐 형태로 진행된다. 그리고 ‘한국의 아름다운 섬, 독도에 오세요’라는 메시지가 뜬다.

타임스 스퀘어는 브로드웨이와 7번가, 42번가가 교차하는 뉴욕의 한복판이다.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오는 광장이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한국의 삼성·LG·현대자동차가 1년 내내 광고를 내는 곳이기도 하다. 그 모습은 한국의 힘과 국제화 수준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종종 활용된다. 바로 그곳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한국이 홍보되는 것이다. 타임스 스퀘어에 기업이 아닌 국가 이미지 광고가 방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일을 기획한 것은 서경덕(35) 성신여대 객원교수다. 한국 홍보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타임스 스퀘어의 광고판은 그 자체로 힘 있는 매체다. 서씨가 한국 홍보를 제안했을 때, 대행사들은 난감해 했다고 한다. 서씨는 NYT 등에 낸 광고를 보여주며 “제안서를 주면 스폰서를 구해 계약을 성사시키겠다”고 했다.

뉴욕 타임스 스퀘어 삼성 광고판이 보이는 건물의 왼쪽(화살표)에는 CNN뉴스가 24시간 흐르는 전광판이 있다. 독도 광고가 실리는 것은 바로 이 전광판이다. 왼쪽 큰 사진은 실제 CNN 전광판에 독도 광고를 합성한 것이다.

타임스 스퀘어 광고는 비싸다. 삼성이나 코카콜라처럼 24시간 내내 광고를 방영하려면, 연간 40억~50억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도 광고 계약 내용은 ‘1일 24회, 4개월’이다. 업계에서는 2억원 정도 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돈은 가수 김장훈씨가 댔다. 이번 기획에 공감한 한 광고대행사의 제작실장이 제작을 맡았다.

언론을 통해 타임스 스퀘어에 독도 광고가 시작된다는 소식이 퍼졌다. 세계 곳곳에서 연락이 왔다.

대학신문에 독도 광고를 시작했다는 미국 유타대 학생 등 젊은 대학생들. 그들은 세계 곳곳에서 온 친구들에게 독도를 설명하며, 그것을 통해 한국을 이야기하고,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했다고 한다. 민족주의적 주제를 통해 세계와 소통했다. 관광가이드를 하는 이집트의 한인 젊은이도 그런 내용을 담은 e-메일을 보냈다. 사모아에서도, 동남아에서도, 일본에서도 연락이 왔다. 3·1절 타임스 스퀘어에서 ‘즐거운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다는 젊은이도 있었다. 뉴욕과 런던에 독도 광고판을 붙인 2층 버스가 다니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서씨는 “요즘 젊은이들은 절대 기죽지 않는다. 그렇다고 자신만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서로의 것을 인정하고 나누길 바란다”며 “세계 곳곳에서 국제적 감각을 키운 젊은 세대가 민족주의를 유쾌하게, 그리고 글로벌하게 풀어가고 있다”고 했다. 독도와 민족주의, 그 대척점에 있는 듯 보이는 글로벌리즘. 그 두 가지를 젊은이들이 융합시키고 있다. ‘독도 글로벌리즘’이 뉴욕에서 시작된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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