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세탁방지법 빨리 통과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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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된 특정금융거래보고법과 범죄수익규제법 등 자금세탁 방지법이 여지껏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15대 국회 때 폐기된 이후 두번째다. 정치적 오.남용의 소지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법안은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

자금세탁방지법은 세계적으로는 53개국이, 29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엔 우리나라와 폴란드 등 4개국 외에는 모두 입법화해놓고 있다.

불법 범죄자금의 거래를 엄중히 벌하고, 적발 자체를 훨씬 용이하게 하는 돈세탁 방지법이 없다면 '검은 돈' 은 수시로, 대규모로 들락거릴 것이고 투기성 자본에 의한 경제혼란도 빈번할 것이다.

자칫하다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로부터 자금세탁 방지 비협조국가로 지정될 우려도 있다.

올해부터는 2단계 외환자유화 조치가 시행돼 그럴 우려는 더욱 높아졌다.

조세피난처(tax heaven)를 경유해 유입되는 외자가 지난해 44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했다는 보도도 있다.

국내적으로도 외환자유화로 수출입과 해외이주.해외여행을 가장한 거액의 재산도피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들 법안은 합법적인 정치자금을 규제하지는 않는다.

마약류 불법 거래나 조직범죄, 탈세 등의 경제범죄, 뇌물범죄 등 38가지의 중대범죄와 관련된 자금의 거래를 방지하자는 게 목적이다.

대가성 있는 뇌물 성격의 정치자금도 이 법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치쟁점이 되고 있지만, 그것이 입법화의 장애가 돼서는 안된다.

또 이번 법은 국제적 기준에 입각해 중대 범죄를 명확히 규정하고, 혐의보고 제도를 도입했으며, 정보 수집과 분석을 전담하는 금융정보분석기구를 설치했다.

따라서 국회는 자금세탁용이국으로 인식되고, 국제기구로부터 금융거래가 제한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나기 전에 하루빨리 이들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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