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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경수로 플루토늄 생산가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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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 행정부와 의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미 핵비확산교육센터(NPEC)가 최근 "북한 신포에 건설 중인 경수로에서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 생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직시하지 않고 있다" 면서 KEDO를 공개 비판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 내정자 등이 자문역을 맡고 있는 NPEC가 부시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공개 공세를 취하는데 대해 북.미 제네바 합의의 변경을 예고하는 분위기 조성용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NPEC의 스콜스키 소장은 지난해 12월 19일 KEDO의 앤더슨 사무총장에게 ▶북한 경수로에서 KEDO주장과 달리 무기급 플루토늄이 생산될 수 있고 ▶핵사고 대비 보험에 들지 못할 정도로 안정성이 확보되지 못했다는 점 등을 지적한 서한을 보냈다.

NPEC측은 이같은 서한을 인터넷에(http://www.wizard.net/~npec/papers/kedo-letter.htm) 공개하고, 핵연료 연구소인 로렌스 리버모어 연구소의 분석자료를 e-메일로 중앙일보에 보내왔다.

스콜스키 소장은 이 서한에서 "리버모어 연구소에 따르면 북한 경수로를 가동할 경우 18개월 만에 3백30㎏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이는 75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분량" 이라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앤더슨 사무총장은 1월 12일자 답신에서 플루토늄 생산문제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KEDO 집행위원회의 입장은 이들 경수로가 '핵 비확산형' 이라는 점" 이라며 "경수로를 북에 인계할 때 안전에 대한 조치를 충분히 마련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스콜스키 소장은 1월 29일자 재서한에서 "KEDO측은 경수로에서 플루토늄이 생산된다는 사실을 회피하고 있다" 고 재강조했다.

이동복(李東馥)명지대 객원교수는 "NPEC가 갖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같은 문제 제기는 반드시 제네바합의 재검토로 이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김정원(金正源)세종대 교수도 "NPEC의 문제제기는 제네바 합의개정 여부를 놓고 우리 정부와 부시 행정부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일 것임을 예고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선섭(張瑄燮)경수로사업단 단장은 "이론상으론 플루토늄 생산이 가능하나 고난도의 재처리 기술이 필요해 비핵확산형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면서 "클린턴 행정부 때는 주목받지 못하던 이런 논리가 부시 행정부에서 어떻게 취급될지는 알 수 없다" 고 말했다.

안성규.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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