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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홀] 영화기획은 네티즌과 함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인터넷의 황제 빌 게이츠의 마음이 요즘 편하지 않다.

다름 아니라 미국에서 제작되고 있는 가짜 다큐멘터리 영화 '사우스 팍' 에서 그가 암살되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인터넷에 영화 개요를 미리 소개하고 향후 작품 전개에 대한 네티즌의 의견을 묻고 있다

인터넷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빌 게이츠가 오히려 인터넷의 역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우스 파크' 의 관계자들은 로스앤젤레스 맥아더 파크에서 발생한 빌 게이츠의 피살사건을 통해 평소 불신감이 컸던 로스앤젤레스 경찰의 수사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진실의 문제' 를 탐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빌 게이츠의 명성을 빌려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겠다는 것. 그러나 빌 게이츠의 측근은 "개인에 대한 일종의 사생활 침해" 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영화 제작자들이 인터넷을 기획단계부터 1백% 활용하고 있다는 점. 네티즌과 생각을 교환하면서 사전부터 개봉 분위기를 돋우고 또 아이디어도 구하는 등 일석이조를 노리고 있다.

이들 영화인들은 지난해 히트한 '블레어 위치' 를 '교과서' 로 여기고 있다.

18세기의 마녀 전설을 조사하던 중 일어난 기괴한 사건을 다뤘던 저예산 영화인 '블레어 위치' 는 인터넷에 작품 내용을 공개하며 미국에서만 1억4천만달러의 흥행을 올렸다.

인터넷이 단순한 홍보 창구을 넘어 기획에서도 무시못할 파워로 부상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이같은 움직임이 불고 있다. 임상수 감독의 '눈물' 은 현재 극장 흥행은 부진하나 영화 홈페이지엔 10대들의 열기가 뜨겁다.

무명 배우에 대한 팬클럽이 생겼을 정도. '접속' 등을 연출했던 장윤현 감독도 올 5월께 촬영에 들어갈 SF영화 '테슬러' 를 '블레어 위치' 비슷하게 인터넷에 미리 띄워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일 작정이다.

온라인의 열기를 오프라인으로 직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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