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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네트워크 갖춰야 소프트 산업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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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안철수 KAIST 석좌교수가 2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앱센터 콘퍼런스’에서 국내외 앱시장 동향 등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한국의 수직적 비즈니스 모델과 미국의 수평적 네트워크 모델이 충돌하는 싸움의 현장입니다.”

안철수 KAIST 석좌교수는 23일 ‘앱센터 콘퍼런스’에서 아이폰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작금의 모바일 비즈니스 변혁을 이렇게 규정했다. 그는 “최근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이 자기 회사의 스마트폰에 디자인과 기능만 강화하면 아이폰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더라. 하지만 애플과 구글이 주도하는 스마트폰 전쟁에서 이기는 데 그런 생각만 갖고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가 하드웨어 면에서는 닌텐도 위 보다 두 배 이상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지만 닌텐도 위에 뒤진 과거 예를 들며 “닌텐도의 힘은 좋은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구축한 수평적 네트워크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협력회사와의 수직계열화로 빠르고 값싸게 하드웨어를 만들어 내는 것에 능한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사업모델만으로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협력이 중시되는 요즘 ‘소프트 산업’의 흐름을 선도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대기업은 갑, 중소기업은 을’이라는 우리 기업문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단가인하 요구에 따르지 않을 수 없어 이익을 많이 내기 힘든 구조다. 그래서 연구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적다 보니 특히 소프트웨어 업체 발전이 힘들다”고 말했다. 특정 대기업에 납품하면 다른 대기업의 문을 두드리기 힘든 이른바 ‘동물원 구조’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국 시장이 좁다고 하지만 세계 10위권 시장이다. 문제는 이 동물원 구조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마음대로 시장을 개척할 수 없고, 그러다 보니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고도 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국민 인식이 낮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한국 사람들은 하드웨어는 돈 주고 사지만 지식이나 정보·컨설팅 같은 무형의 자산이나 소프트웨어를 돈 주고 사는 데 인색하다”고 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산업이 일자리 창출의 활로라고 진단했다. 하드웨어 산업은 매출이 100억원 늘어도 추가 고용 효과는 평균 10명 정도지만, 소프트웨어 산업은 100억 매출이 늘려면 100~200명 정도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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