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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침팬지 40만년 전에 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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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내 과학자가 아프리카 침팬지 종들의 정확한 분리 연대와 이동과정을 밝혀냈다.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원용진(37) 교수는 이런 내용의 침팬지 연구결과를 분자진화학 분야의 저명 학술지인 '분자생물진화학' 최신호에 발표됐다.

원 교수가 연구의 주제로 선택한 지역은 서아프리카와 콩고강 일대. 이 지역에서 종으로 분화해가는 두가지 침팬지 아종과 콩고강 이남에서 서식하고 있는 피그미 침팬지(보노보 침팬지 또는 히피 침팬지로 알려져 있다)가 관심사였다. 콩고강 남쪽의 피그미 침팬지는 유난히 구별되는 외모와 행동의 차이, 그리고 유전물질인 DNA 정보의 확연한 차이 등 여러 증거들로 인해 다른 지역의 침팬지들과 교잡이 없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콩고강 북쪽의 나이지리아 등 중앙아프리카 지역의 침팬지들과 기니를 포함한 서아프리카 지역 침팬지 아종들 간의 오랜 내력에 관해서는 연구 분석 방법의 부재와 집단 비교시 필요한 개체수 부족으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원 교수는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발표된 이들 세가지 침팬지들의 유전자 정보를 모아 DNA의 여러 부위를 뉴저지주립대가 개발한 첨단 컴퓨팅 기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서아프리카 침팬지들이 유전적으로 분리된 연대가 40만년 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1994년 제인 구달 박사팀이 이들 침팬지들의 분리 연대가 158만년 전이라고 발표한 내용을 뒤엎는 것이다.

구달 박사팀이 모계 유전을 하는 미토콘드리아 DNA의 한 부위만을 비교한 데 반해, 원 교수는 48개 부위를 집단적으로 검증한 것으로 더욱 신뢰성이 높다.

원 교수는 이와함께 아프리카 침팬지 사이에서 유전자의 이동이 서쪽에서 중앙 쪽으로 한 방향으로만 흘러갔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혔다. 15년을 한 세대로 봤을 때 두세대마다 한마리가 이동했다는 계산 결과를 제시했다.

원 교수는 "거대한 DNA 정보를 손쉽게 분석할 수 있는 자체 컴퓨팅 기술이 있었기에 좀더 정확한 분리 연대가 밝혀질 수 있었다"며 "이 기술을 응용하면 관찰이 불가능한 오랜 시간에 걸친 생물집단의 변화를 구별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DNA 정보만 풍부하면 지역별로 구별되는 생명체 집단들을 알아낼 수 있는 유전자 분석이 가능하고, 집단이 분리된 뒤 이동하고 생식을 통해 합쳐지는 양상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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