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삭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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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내년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동결 또는 삭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복수의 정부 당국자들이 19일 밝혔다. 미국과의 본격 협상을 앞두고 최근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방위비 분담에 대한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을 확정한 것이다.

정부는 오는 2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제36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이 같은 입장을 미 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은 지휘통제 자동화체계(C4I) 현대화에 비용이 든다는 등의 이유로 오히려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어 향후 양국 협상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1만2500명이나 줄어들고 용산기지도 옮기는 등 주한미군의 주둔 환경이 크게 변화하면서 분담금 사용처도 함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측 부담도 줄여야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주된 입장은 삭감이며, 그게 잘 안되면 최소한 동결할 것"이라며 "조만간 삭감 대상과 금액을 구체적으로 추산해 미 측에 제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한미군 재배치 및 감축 협상과 용산기지 이전 협상, 연합토지관리계획(LPP) 개정 협상 등 올해 잇따라 진행된 한.미 간 주요 협상에서 정부는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만큼의 부담만 받아들인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며 "분담금 협상에서도 이 기조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최근 확정한 '방위비 분담 기본 입장'이란 전략보고서에 "분담금의 규모는 우리의 대북 지원, 대테러전 지원, 주한미군 재배치 비용 등 총체적인 안보 부담 규모와 경제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뒤 결정돼야 한다"는 원칙을 명시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우리 정부가 부담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총 7470억원. 2002~2004년의 경우 전년에 비해 '8.8%+물가상승률' 만큼씩 분담금을 늘리기로 한 양국 간 합의에 따라 매년 580억~900억원씩 증가해 왔다.

미국은 내년도에도 이 합의를 그대로 적용해 올해보다 800억원 가량 늘어난 8200여억원을 한국 측이 분담해줄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청한 상태다. 때문에 정부 내에선 벌써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 가능한 한 연말까지는 마무리할 계획"이라면서도 "그러나 양국의 협상안에 큰 차이가 있어 협상이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윤광웅 국방부 장관 등 정부 대표단은 SCM에 참석하기 위해 19일 출국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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