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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조상 ‘루시’를 찾아서(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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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은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에서 시작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침팬지와 고릴라의 고향이 아프리카이기 때문이다. 그의 직감은 맞아 떨어졌다. 사진은 원숭이를 인류의 조상이라고 한 다윈을 꼬집은 풍자만화.

땅의 혁명을 안겨다 준 다윈의 진화론 이전만 해도 인간이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것은 논쟁의 소지가 없는 보편적인 믿음이었다.

이러한 생각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창조론과 진화론은 뜨거운 논쟁거리다. 한 외신에 따르면 창조론 지지자들이 급속하게 줄어들다가 이제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과학과 믿음은 같은 선상에서 결코 볼 수 가 없다는 의미다.

DNA과학의 발달로 고고인류학도 획기적인 발달

다윈은 애초 진화론을 주장하면서도 인류의 기원에 대해서는 애매한 말로 표현했다. 생물의 진화에 작용하는 원리는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는 식이었다. 당시 창조론자들은 이러한 다윈의 몸뚱어리를 침팬지로 그려 원숭이에서 인류가 나왔다는 인류기원의 의미를 비꼬았다.

그러나 지난 100년 동안 엄청나게 발달한 유전학과 고고인류학 연구의 결과 이제는 적어도 인류가 침팬지와 공동 조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학계의 확고한 입장이다. 인류가 침팬지와 갈라서게 된 시기는 대체로 800만년 전으로 여겨진다.

유럽인 대부분이 아담과 이브가 살았던 장소로 유럽이나 아시아를 꼽던 1871년 찰스 다윈은 그의 저서 <인간의 유래>에서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의 생각은 간단했다. 침팬지나 고릴라가 인간의 모습과 아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침팬지나 고릴라의 고향이 아프리카라는 점이었다.

“직립보행 한 인류의 첫 조상”

다윈의 직감이 맞아 떨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인류의 기원을 이스라엘, 또는 동방(중동)에 있었다는 에덴동산의 아담과 이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설사 독실한 종교인이라고 해도 말이다.

인류학자들이 화석유골을 바탕으로 복원한 생김새로 볼 때는 앞서 이야기했던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와 가깝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와 비슷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바람도 피웠다고 한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은 우리의 조상이 아니다. 대신 시커먼 털이 온몸을 감싼 침팬지나 고릴라가 허리를 편 모습과 다를 바가 없는 루시가 우리의 조상이다.

왜냐하면 족보가 같기 때문이다. 왜 족보가 같은가? 사람과 같이 직립보행을 했기 때문이다. 직립보행을 하면 인류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는 그렇다. 직립보행은 오직 호모사피엔스인 인간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인원과 인간을 이어주는 ‘잃어버린 연결고리’

루시가 직립보행을 한 인류의 첫 조상이라는 데에 학자들은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나 루시보다 120만년이 앞선 아르디가 발견됐다.

지난 1974년 아프리카 최빈국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동북쪽 이와시 강 하류에서 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골이 발굴됐다. 직립보행 한 인류의 첫 조상이었는데 여성의 화석 인골이었다.

약 320만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다. 발굴단은 인류의 조상을 찾았다고 믿었다. 발굴에 참여한 고고학자 도널드 조헨슨 교수는 “그는 가장 오랜 선조이고 유인원과 인간 사이의 잃어버린 연결고리”라고 단언했다.

루시는 턱이 튀어나오고 이마는 뒤로 밋밋한 경사를 이루는 등 조상이 인간이 아니라 유인원임을 연상하게 하는 많은 특징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침팬지보다 똑바른 자세를 유지한 것으로 추정돼 직립보행을 한 인류 초기 조상가운데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루시가 정말 인류의 조상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증이 부족하다. 인간 몸에는 208개의 뼈가 있지만 루시에게 남은 뼈는 반쪽 골격의 28%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여성인지에 대해서도 확실한 증거는 없다. 몸집이 작아 그렇게 추정할 따름이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DNA를 추출해 현생인류와 비교해 보는 일이다. 루시는 발견된 이후 수년 동안 인간게놈 프로젝트로 유명한 크레이그 벤트 박사의 연구실로 옮겨져 오염된 DNA를 깨끗하게 복원시키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아마 루시의 깨끗한 DNA를 다량으로 얻을 수 있다면 직립보행을 넘어 그야말로 완벽한 인류의 최초의 어머니가 될 것이다.

물론 루시보다 무려 120년이 더 앞선 ‘아르디’가 그보다 더 오래된 어머니다. 거의 같은 지역에서 발견됐다. (계속)

김형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