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경제 부활 '삼바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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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1987년 모라토리엄(외채 지불유예)을 선언하고 98년 IMF관리체제에 들어갔던 브라질 경제가 몰라보게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은 4%(추정)로 최근 5년간 가장 높았다. 인터넷 사용인구는 6백80만명(전체 인구의 4%)에 달하며 다국적 기업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다.

국내총생산(GDP)기준 세계 9위의 경제대국으로 거듭난 브라질 경제를 엔리케 페르난도 카르도주 브라질 대통령의 방한(17~20일)을 계기로 조명해 본다.

◇ 카르도주 대통령이 개혁 주도〓94년 7월 재무장관으로 일할 당시 카르도주는 달러에 연동시킨 새 화폐 레알화를 도입했다.

획기적인 이 정책으로 그는 한달에 50%에 달했던 물가 상승률을 3개월만에 1.5%로 끌어내리며 안정성장의 기초를 닦았다.

원유를 주로 수입해 쓰는 브라질은 82년 오일쇼크로 국제금리가 치솟자 외채상환부담이 가중됐다. 이와 함께 70년대 무리한 성장정책으로 인해 연 평균 물가상승률이 1천%를 넘었다.

85년 출범한 문민정권은 시장을 무시한 환율동결 정책으로 경상수지 적자와 외채구조를 더욱 악화시켰다. 근로자들의 임금인상률 또한 높았다.

95년 취임한 카르도주 대통령은 재정긴축과 석유.광업.전기.통신 등 기간산업의 광범위한 민영화를 추진했다.

무관세 시장인 남미 공동시장(MERCOSUR)을 창설해 무역자유화에도 주력했다. 96년에는 저축장려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98년 재선을 앞두고 재정정책을 느슨하게 펴 재정적자 비율이 4.9%(94년)에서 8%(98년)로 높아졌다. 그러다 결국 그해 11월 국제통화기금(IMF)의 신세(구제금융 4백15억달러)를 지게 됐다.

카르도주는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한해 예산을 2백30억 달러나 삭감키로 하고 29%에 달하던 금리도 18%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재정적자의 주원인이던 허술한 사회보장제도도 뜯어고쳤다.

그 결과 지난해 브라질의 1인당 국민소득은 3천7백11달러로 추정돼 IMF 이전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경제성장률도 4%로 뛰어 올랐다. 그러나 대폭적인 레알화 평가절하로 인한 외채지불 부담가중.재정긴축으로 인한 투자위축.실업률 증가 등은 여전한 숙제다.

◇ e-비즈니스 활발〓브라질 최대 민간은행인 브란데스코은행의 온라인 뱅킹분야는 고객이 75만명으로 세계 최대다.

네티즌들의 경우 주간 평균 접속시간이 8.2시간으로 미국(7.1시간)을 앞선다. 전자상거래도 99년 7천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른바 굴뚝기업들이 발빠르게 변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브라질 최대 수퍼마켓 체인인 파오데 아쿠카는 96년부터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 신규고객을 5만명이나 유치했다.

미국 등 선진국의 투자도 이어졌다. 99년 마이크로소프트(MS)는 브라질 최대 케이블TV 글로보 카보에 1억2천6백만달러를 투자해 인터넷 접속을 위한 케이블 모뎀 개발에 나섰다.

스페인 최대 정보통신사 텔레포니카는 브라질의 텔레스프(87.5%)와 텔레수데스테 셀룰러(86.5%)등에 거액을 투자한 상태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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