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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체험활동 스펙 쌓기

중앙일보

입력


#1.김현숙(40·경기 분당)씨는 최근 교과부에서 발표한 창의적 체험활동 기록제에 대한 언론보도를 접하고 혼란에 빠졌다.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해야겠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아이의 활동을 인터넷을 통해 기록해야 한다는데, 그렇다면 입학사정관제를 지망하든 아니든 스펙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떤 스펙이 도움되는 것일지 혼란스럽습니다.”

#2.올해 고2가 되는 김경식(중동고)군은 대학 사회복지학과 진학을 위해 각종 봉사활동과 체험·캠프 등에 꾸준히 참여해왔다. 비교과 항목을 중시하는 입학사정관제에 미리 대비해온 것. 하지만 워낙 정리를 잘 못하는 성격이라 체계적인 포트폴리오 작성은 큰 벽이었다. 김군은 “활동은 많이 하는 편인데 마땅한 도구가 없어 시간이 지나버리면 기억을 더듬어 다시 기록하는 게 힘들었다”며 “창의적 체험활동 기록으로 그때 그때 일기 쓰듯 써 나가면 나중에 많이 도움 될 것 같다”고 반겼다.

지난해 말 교과부는 ‘창의적 체험활동’ 영역을 새로운 교육과정에 포함시켰다.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진로지도에 참고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을 도입하고 학생이 직접 인터넷을 통해 기록하게 했다. 교사는 이 자료를 승인하고 보완 지시를 통해 학생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교과부 김숙정 방과후학교팀장은 “지금까지는 교과외 교육활동을 담는 그릇이 없어 많은 부분을 학생 스스로 기록·관리해야 했다”며 “각 항목에 맞는 메뉴에 따라 일기 쓰듯 자신의 활동 을 기록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올해 3월 중순부터 고교에 우선 도입해 창의적 체험활동을 기록하게 하고, 반응에 따라 이르면 4월 중 중학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확대안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김 팀장은 “초1부터 고교 졸업까지 12년간 스펙을 관리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며 “다만 초등 5년부터 도입하자는 의견이 있어 향후 초등학생·학부모·학교의 요구가 있을 경우 학교 자율로 시행한다는 내부 방침이 있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창의적 체험활동 기록 항목은 크게 자기소개서·자율·진로·동아리·봉사·독서·방과후학교 활동으로 나뉜다. 각각의 항목에 기록할 세부적인 내용도 이미 정해져 있다. 교과부 방과후학교팀 이현주 교육연구사는 “자율적이라고해서 아무 활동이나 마구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며 “기본적으로 학교 내에서 이뤄지는 활동을 각 항목의 기록 메뉴에 따라 적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소개서에는 성장과정·가족환경·역경극복사례·지원동기·학업계획·향후진로 계획 등을 적는다(표 참조).

지난 2001년부터 3년간 미 시카고 대학 입학사정위원으로 활동한 조훈씨는 “창의적 체험활동 위주의 교육과정 개편은 입학사정관제의 정착과 궤를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 일고 있는 입학사정관제의 속도 조절 논란이나 정착에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제도가 효과를 거두려면 교과와 연계해 문제해결력이나 분석력을 높이고, 상상력과 탐구력을 넓히기 위한 구체적인 체험활동이나 봉사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가한 모든 모임에서 어떤 형태로든 기금을 모아 사회단체에 기부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매번 결과도 탁월했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이 학생은 기업가 정신과 아이디어, 봉사정신을 인정받아 시카고대학에 합격했죠. 그런데 이 학생이 이렇게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교내에서 학생 스스로 많은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도록 도운 학교의 배려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울대 교육학과 김동일 교수는 “개인의 이력을 통해 계획을 세우고 진로를 탐색해 직업까지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는 취향과 욕구를 중심으로 한 체험활동, 중학교 때는 구체적인 진로탐색 활동, 고등학교 때는 지망대학 전공과 연계한 멘토링 프로그램 참여와 관련분야에 대한 헌신 등을 기록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는 “경시대회 등의 수상기록 단순 반영 금지는 옳다고 본다”면서도 “자신의 진로를 미리 정하고 직접적이고 의미 있는 체험을 통해 증거를 쌓아가는 학생들의 경우엔 해당 대학의 질적 평가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담러닝 인재연구소의 원경림 소장은 “이제는 ‘집어넣는 교육’에서 ‘끄집어내는 교육’이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3D(Dream, Discover, Design)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꿈을 구체화하고 잠재성을 발견해 그 꿈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원 소장은 통합적인 개인역량검사와 로드맵 짜기, 롤모델(rolemodel·본받고 싶은 사람)과의 만남을 추천했다.

[사진설명]3월중 시행예정인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에 각종 비교과활동을 기록하게 돼 있어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는 학생·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 김지혁 기자 mytfact@joongang.co.kr / 사진=황정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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