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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의 재테크 워치] 해외 투자도 해답은 장기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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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예전보다 금융회사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고정 이자를 지급받는 확정금리형 상품, 시장 상황에 따라 이자가 변하는 변동금리형 상품, 위험을 감수하면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형 상품(부동산·주식·파생금융·원자재) 등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하지만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하면서 상품에 가입하는 시기를 선택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무척 어려운 일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시기를 잘못 택해 손해를 보거나, 자금을 써야 하는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투자해 정작 돈이 필요할 때 투자금을 찾지 못해 고생하는 고객들을 본다.

1년 후 돈을 지출해야 하는데 수익률이 높다고 3년짜리 상품에 가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투자에 있어서 수익률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금의 필요 시기를 감안해 적절한 금융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또 연령에 따라 투자 방법도 달라진다. 투자를 할 때는 무위험 자산에 속하는 정기예금보다 약간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채권형 펀드에, 이보다 높은 수익률을 원할 경우에는 혼합형 펀드나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기본이다. 젊은 층이나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라면 어느 쪽을 선택해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자 수입으로 생활해야 하는 노년층의 경우에는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 관리가 ‘키포인트’다.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정도는 나이, 재산 상태, 과거 투자 경험, 가족 구성, 소득 수준 등 매우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연령이 60대 이상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사람이라면 무리한 투자보다는 원금을 보장받으면서 가급적 이자가 높은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직장인이라면 노후에 대비한 자금 마련에 신경 써야 한다. 요즘엔 조기 퇴직에 대한 부담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으로 배우자를 포함한 본인의 노후자금을 모으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지금 당장 급한 불부터 끄고 여유가 있을 때 노후자금을 준비하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너무 늦어진다. 노후자금은 5년간 준비하는 것보다 10년 전에 시작하는 게 쉽다.

해외 투자를 시작하려는 사람들도 타이밍이 중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예컨대 유럽 지역의 투자자들은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던 1984~85년 초반부터 한국펀드를 만들어 투자해 큰 성과를 얻었고, 97년 말 외환위기 때도 글로벌 시장의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되면서 많은 이익을 봤다. 하지만 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투자를 시작했던 일본 투자자들은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투자 시기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완벽한 타이밍을 찾기는 어렵다. 해답은 장기 투자뿐이다. 해외 투자는 환율 변동 위험을 포함한 투자 위험이 국내 투자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반드시 장기 투자를 하지 않고는 성공하기가 어렵다. 또 해외 투자를 할 때는 투자 수익을 크게 노리기보다는 분산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꼭 명심하자.

김재한 국민은행 평촌 PB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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