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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정의 차이노믹스] 중국 ‘세계의 공장’서 ‘세계의 지갑’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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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베이징(北京)의 택시 기사 자오(趙·45)는 이번 춘절(春節·설) 기간에 1500위안(약 25만원)어치의 폭죽을 구입해 가족들과 함께 터뜨렸다. 그의 월급은 4000위안 안팎이지만 “액운을 몰아낸다는 믿음 때문에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에게 춘절은 연중 최대 축제이자 소비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다. 지난해 중국 경제가 8.7% 성장하면서 중국인들은 어느 해보다 넉넉한 분위기 속에서 21일까지 춘절 연휴를 즐겼다.

중국인들은 춘절 때 가족·친척·친구·연인과 한자리에 모여 먹고 마시는 것을 인생의 큰 즐거움으로 여긴다. ㈜놀부가 한식 세계화를 위해 개발한 고급 궁중요리 전문점인 수라온 베이징 본점을 찾은 중국인들의 소비 행태에서도 이런 성향이 엿보였다. 이곳의 김순희 총지배인은 “춘절 기간에 중국 손님들은 1인분에 888위안짜리 코스요리를 주저 없이 주문했다”며 “고객의 70%를 차지한 중국 손님들의 객단가(고객1인당 매출)는 한국인 손님보다 몇 배 높다”고 귀띔했다.

이런 소비 성향은 중국 상무부가 20일 발표한 춘절 연휴 소매 판매통계에서도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춘절 기간의 소매 판매액은 지난해보다 17.8% 증가한 3400억 위안(약 57조원)을 기록했다. 식품 소비(16.5%)와 술과 담배 소비(13.2%)도 많이 늘었다. 특히 전자업계는 연중 최대 대목을 맞아 영업사원들이 휴가를 반납하고 치열한 판촉전을 벌였다. 중국삼성 관계자는 “휴대전화·컴퓨터·MP4의 매기가 지난해보다 좋았다”고 전했다.

베이징·상하이(上海)·광저우(廣州) 등 대도시의 중산층은 아예 해외로 쇼핑을 겸해 관광을 많이 다녀왔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일례로 1000여 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춘절 기간에 뉴욕 맨해튼의 메이시 백화점 일대를 돌며 600만 달러(약 69억원)어치를 쇼핑해 ‘큰손’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 밖에 프랑스 파리, 호주 시드니, 이집트, 일본 도쿄, 한국 서울, 대만, 태국 등으로도 날아가 ‘싹쓸이 쇼핑’을 즐긴 중국 부자도 많았다고 한다. 중국청년여행사는 “춘절 기간의 해외 관광 매출이 지난해보다 40% 늘었다”고 밝혔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의 지갑’으로 변모하고 있다면 성급한 진단일까. 

장세정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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