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세계 무대서 제 목소리 낼 때 됐어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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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호 07면

사공일 G20 준비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송경진(43·사진) 특별보좌관에 대해 “G20의 디테일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베테랑들이 모인 G20 준비위에서 “활동 반경이 가장 넓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는 미국 캔자스주립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99년부터 국제기구에서 일했다. 2004년 민간전문가 영입 케이스로 재경부에 들어가 외신대변인을 지냈다. 2008년 사공 위원장이 경제특보일 때부터 그의 보좌관 역할을 했다. 지난해 11월 준비위원회가 공식 발족하기 전부터 사공 위원장과 함께 G20 정상회담 실무를 챙겼다. 이날도 송 보좌관은 위원장이 참석하는 회의에 배석하게 됐다며 인터뷰 시간을 앞당겼다.

재경부 외신대변인 출신 송경진 특보

-위원장의 평가가 좋은데요.
“위원회 발족 전엔 이렇게 손발이 많은 조직이 아니었거든요. 사무국이 따로 없고 기획재정부·외교부에서 각자 역할을 했죠. 아마 위원장 옆에서 계속 일한 사람이 저밖에 없어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게 아닐까요.”

-오래 준비한 입장에서 G20의 의미를 설명한다면요.
“2008년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지고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했을 때 ‘뭔가 해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정상회의가 시작됐어요. 1차 워싱턴, 2차 런던, 3차 피츠버그 회의가 끝날 때마다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았죠. 이런 게 직접적으로 개인의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아요. 하지만 회의 덕분에 시장이 안정됐다는 건 우리 경제와 기업들, 결국 개개인에까지 연쇄적으로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줄줄이사탕 같은 거예요.”

-위원회 이전에 재경부 외신대변인을 지냈는데 출신은 어딘가요.
“토종이에요. 대학 졸업하고 유학을 갔습니다. 전공은 스피치 커뮤니케이션(speech communication)인데 한국에는 딱 들어맞는 학과는 없어요. 주로 미국에서는 스피치 라이터나 갈등 해결 분야에 전공자들이 많죠. 앞으로 한국에서도 대중연설이나 정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해지니까 이런 학문을 정립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침묵이 금이 아닌 시대가 온 거죠.”

-그리고 국제기구에서 일을 했다고요.
“국제자유노동조합연맹(ICFTU) 에 있었습니다. 각국의 노총이 가입된 최상위 노동조합이라고 보시면 돼요. 노동조합의 유엔이죠. 여성문제와 청년실업문제를 다루는 여성국장, 노동권 실장을 지냈습니다.”

- 왜 접고 들어왔습니까.
“국제자유노련은 상당히 정치적인 국제기구예요. 거기서 일하다 보면 세계의 헤게모니, 정치·경제력의 판도 같은 걸 목격하게 되죠. 제가 99년부터 일을 했으니까 10년 전인데, 그땐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존재감이 없었던 셈이죠. ‘우리가 이렇게 약하구나’ 씁쓸하고 안타깝더라고요. 미약하지만 나라를 위해서 일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전격적으로 접고 들어왔습니다.”

-지금은 한국의 위치가 어떤가요.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다는 20개국 회의체에서 의장을 하고 있잖아요. 올해 회의를 개최하고 싶어하는 나라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2008년 11월 워싱턴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스탠드 스틸(stand still:보호무역주의 동결)’을 주창해서 반영되고 합의를 이뤄냈잖아요. 그런 과정을 통해 한국이 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는 걸 보여준 거죠. ”

인터뷰 말미에 어렵게 질문을 꺼냈다. 의외로 시원시원한 답이 돌아왔다.

-아직 미혼이라고요.
“네. 광고 좀 해주세요.(웃음) 인연이 없었던 것 같아요. 찾고 있습니다.”

-올해는 바빠서 틈이 없겠네요.
“아뇨, 잠을 줄여서라도 해야죠. 꼭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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