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테르센 18언더파 3R 선두, 한국 6명 톱 10 진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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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호 16면

갤러리들이 20일 태국 촌부리 시암 골프장 올드코스에서 열린 LPGA 투어 혼다 PTT LPGA 타일랜드 3라운드에서 박희영-페테르센 조의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13언더파로 2위에 오른 김송희. [사진=JNA]

2010년 LPGA 투어는 핑크색으로 시작했다. 지난 18일 태국 촌부리의 시암 골프장 올드 코스에서 개막한 혼다 PTT LPGA 타일랜드 1라운드에서 ‘핑크 공주’ 폴라 크리머가 첫 3개 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으며 선두로 뛰어나갔다. 크리머는 1라운드 후 부상으로 기권했지만 LPGA 투어의 핑크 바람은 계속됐다.

2010 LPGA 투어 첫 대회 태국서 개막

20일 열린 3라운드에서 선두권 선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분홍색 옷을 입었다. 선두인 수잔 페테르센은 핑크색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나와 300야드 가까운 맹타를 휘둘렀다. 페테르센은 3라운드 4언더파 포함, 중간합계 18언더파를 치면서 5타 차 선두를 달렸다. 이날 페테르센과 마지막 조에서 경기를 벌인 박희영(하나은행)도 진한 핑크색 티셔츠와 모자를 썼다. 지난 시즌 이 대회에서 준우승한 박희영은 이날 이븐파에 그쳤다. “초반 스윙이 흔들렸고 그린 속도가 일정하지 않아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바로 앞 조에서 경기한 일본의 미야자토 아이와 우에도 모모코도 모두 분홍색 옷을 입고 나왔다. 두 선수는 3라운드에서 각각 2언더파와 3언더파를 쳐 합계 12언더파 공동 3위를 기록했다. 이날 2오버파를 치면서 부진했지만 TV에 자주 등장하는 미셸 위도 핑크색이었다.

PGA 투어가 타이거 우즈 스캔들 때문에 빙하기를 겪고 있지만 LPGA 투어는 벌써 뜨겁다. 태국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열린 개막전에는 세계랭킹 12위 이내 선수 전원 등 세계 최고 선수들이 대부분 나왔다.

엄청난 장타로 이글과 버디를 낚으며 선두로 치고 나간 수잔 페테르센은 한국과 인연이 많다. 무명 시절 한국의 LG 로고가 달린 모자를 썼다. LG 스웨덴 지사의 후원을 받았다고 한다. 페테르센은 뛰어난 기량을 갖췄으면서도 번번이 역전패를 당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2007년 미켈롭 울트라 오픈에서 한국의 이지영에게 역전승을 하면서 첫 우승과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면서 LPGA 투어 1급 선수로 올라섰다.

그러나 지난해 사정이 바뀌었다. 페테르센은 사이베이스 클래식에서 오지영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드라이버샷 거리가 40야드 이상 차이가 나는 오지영에게 당한 역전패는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이후 한국 선수에게 또다시 역전패를 당하면서 마지막 라운드에서 흔들리는 악습이 다시 나왔다. 다혈질인 페테르센은 한 번 실수가 나오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페테르센은 3라운드까지 파 5, 12개 홀에서만 11언더파를 치는 괴력을 보여줬다. 버디 9개에 이글 1개를 잡았다. 특히 1번 홀과 10번 홀, 18번 홀에서는 3라운드 내내 모두 버디나 이글을 잡았다. 페테르센은 3라운드까지 보기가 하나도 없는 무결점 경기를 했다.

그러나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사정이 다를 수도 있다. 대회가 열린 시암 골프장의 올드 코스는 페어웨이가 넓고 전장이 짧은 대신 그린이 어렵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핀이 어려운 곳에 꽂히기 때문이 그린에서 승부가 날 것으로 보인다.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페테르센과 마지막 날 챔피언 조에서 경쟁할 선수는 한국의 김송희다. 김송희도 이날 4언더파를 쳐 합계 13언더파다. 김송희는 “선두와 5타 차지만 초반 버디를 잡으면서 페테르센을 압박하면 역전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영은 “수잔 페테르센이 워낙 잘 치고 있지만 승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내 플레이를 해서 7, 8언더파를 칠 수 있다면 우승이든 준우승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남의 경기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김송희, 박희영 이외에도 양희영(9언더파, 9위)과 김인경·허미정(8언더파, 공동 10위)이 톱 10에 들었다.

한편 1, 2라운드에서 부진했던 신지애(미래에셋)는 이날 3언더파를 쳐 합계 2언더파 공동 26위로 올라섰다. 박세리와 미셸 위도 신지애와 나란히 26위다. 박세리는 이날 1오버파, 미셸 위는 2오버파를 쳤다. 로레나 오초아는 6언더파 공동 14위다.

올해 LPGA 투어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투어로 발전했다. 이전까지 LPGA 투어는 미국 투어였다. 그러나 최고의 무대에서 뛰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들었다. 전임 커미셔너인 캐롤린 비벤스는 LPGA를 미국 투어로 한정하기 위해 영어 시험을 보는 정책을 만들려 시도하기도 했지만 거대한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현재 세계랭킹 1위부터 6위까지 선수들의 국적은 모두 다르다. 세계랭킹 골프 여제인 로레나 오초아는 멕시코 출신이며 2위는 한국의 신지애, 3위는 노르웨이에서 온 수잔 페테르센이다. 4위는 스웨덴의 안나 노르드크피스트, 5위는 미국의 크리스트 커 6위는 대만의 청야니다. 세계랭킹 20위까지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 선수가 4명씩 포진되어 있다.

지난해 LPGA 투어에서 매 대회마다 여러 국적의 선수들이 우승 경쟁을 했다. 올해 국제 투어로서 LPGA 투어의 위상은 더 강해질 전망이다. 미셸 위를 비롯해 크리스티 커와 폴라 크리머 등 미국 선수들이 재도약이 예상되고 안니카 소렌스탐이 집중 조련하고 있는 안나 노르드크피스트와 수잔 페테르센 등을 앞세운 유럽세도 큰 활약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부활한 미야자토 아이 등 일본 선수들도 무시할 수 없이 성장했다.

중남미와 호주 등에서도 LPGA 투어에 뛰어난 선수를 보냈다. 2010년 LPGA 투어는 미국·캐나다는 물론 멕시코·자메이카 등 중남미와 아시아의 한국·일본·중국·싱가포르·태국에서 열린다. 또 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와 제휴, 영국·프랑스에서도 대회를 연다. 이제 전 세계가 LPGA 투어에 참여하고 전 세계가 LPGA 투어를 주목한다.

SBS 골프 채널을 통해 중계되던 LPGA 투어는 올해부터 5년간 골프전문채널 J골프가 LPGA 투어를 중계한다. J골프는 “이전보다 LPGA에 관한 더욱 생생한 영상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J골프는 미국 최대 한인 방송사인 tvK24와 제휴를 맺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tvK24는 미국에서 열리는 LPGA 대회 현장에서 한국 선수들의 경기 장면과 인터뷰 등을 전달할 예정이며, J골프는 중계나 각종 LPGA 투어 관련 프로그램에서 이 화면을 활용한다. 특히 J골프는 HD 고화질로 제작되기 때문에 보다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올해 LPGA 투어 중계가 달라진 점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양한 시간에 볼 수 있다는 것이다. KBS의 스포츠 케이블 채널인 KBS N에서 녹화 중계를 하며, YTN DMB에서도 LPGA 투어를 생방송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위성 DMB 방송 사업자인 TU미디어를 통해서도 세계적인 톱 랭커들의 멋진 샷을 감상할 수 있다.

J골프의 LPGA 투어 해설은 한국 PGA Class A 회장을 맡고 있는 임경빈(60) 해설위원이 맡았다. KBS에서 해설을 한 임 위원은 서울 강남 스포월드 등에서 골프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으며 경희대 등에서 골프 지도학과 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임경빈 해설위원은 “새롭게 LPGA 투어 주관방송사가 된 J골프의 힘찬 첫걸음에 함께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LPGA 투어 내 태극전사들의 활약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4라운드는 오후 4시부터 J골프가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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