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신자 유대감 약화 추세'-가톨릭신문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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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통적으로 결속력이 강한 가톨릭 신자들의 공동체적 유대감이 최근 약화되고, 신앙생활에 대한 열의가 식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신문사가 '우리신학연구소' 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이같은 현상이 뚜렷히 드러났다.

가톨릭 신문사는 전국 16개 본당, 1천3백여명의 신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이란 보고서를 최근 발간했다.

'본당 신자와의 공동체의식 정도' 를 묻는 항목의 경우 '매우 강하게 느낌' (13.0%), '비교적 강하게 느낌' (50.3%)을 합쳐 긍정적인 대답이 63.3%로 나타났다.

이는 1987년 조사 당시의 73%보다 거의 10% 줄어든 수치다. '가톨릭 신자로서의 자부심' 을 묻는 항목에 대해 '매우 강하게 느낌' 이라는 응답율도 87년의 43.9%보다 훨씬 적은 29.7%로 나타났다. '비교적 강하게 느낌' 은 47.2%에서 52.9%로 조금 늘었다.

이같이 공동체의식이 약해지면서 교회활동에 대한 참여도 줄어드는 추세다. '구역.반모임 참여도' 의 경우도 '매우 자주' 라는 응답은 22.3%로 5.2% 줄었으며, 반대로 '거의 하지 않음' 은 35.9%로 9.4% 늘었다.

'성소 후원회 가입' 에 대한 조사결과 '가입했다' 는 응답자 비율을 87년과 비교하면 남자의 경우 14.5%가 줄어든 23.0%였으며, 여자의 경우 4.2% 줄어든 39.3%였다.

'교구장 사목방침 인지도' 에 대한 조사결과 '잘 모르는 편' (38.2%)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는데, 특히 학력이 높을 수록 모르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타종교나 전통문화를 받아들이는 비율은 높아졌다. '제사를 지내느냐' 는 질문에 91.2%가 '지낸다' 고 응답, 87년보다 21.6%나 늘었다. '영세후 사주.관상.점을 본 적 있나' 는 질문에 대해 '전혀 없었다' 는 사람도 71.5%로 87년보다 8.1% 줄었다.

조사를 맡았던 강인철(한신대.종교학)교수는 "가톨릭이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던 87년의 경우 신앙에 대한 자부심, 교회활동에 대한 참여도 등이 높았으나 90년 이후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전반적인 분위기가 침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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